美·中, 9월에 첫 ‘AI 회담’ 추진…글로벌 AI 패권 경쟁 본격화하나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미·중 ‘AI 패권’ 협상 테이블로
미 “중 AI, 미국 모델 베꼈나”
중 “앤트로픽 비공개 모델, 해킹 악용 소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5월 15일 중국 베이징의 중난하이 정원 방문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며 떠나고 있다. 중난하이=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9월 첫 공식 고위급 협상 테이블로 옮겨간다. 미국은 자국 AI 모델을 중국이 ‘도둑질’했다며 벼르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기술 독점과 비공개 모델의 안보 위협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최고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서 양국 간 AI 샅바 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9월 말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앞서 AI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회담은 5월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회담은 시 주석의 9월 24일 미국 방문 이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 참석자는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국 AI 모델 성능 향상, 미국 모델 ‘증류’ 의심

이번 회담의 핵심은 상대국 AI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중국 AI 모델들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된 배경에 미국 모델의 출력 결과를 활용하는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방식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증류는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의 응답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상대적으로 작은 모델을 훈련하는 기술이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미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딥시크, 문샷의 키미 등 중국의 AI 모델들이 미국의 지식재산권(IP)을 훔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첨단 AI 규제 체계와 차세대 모델 공개 정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AI 발전은 한 국가의 독주가 아니라 교향곡이 돼야 한다”며 미국의 기술 독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인 앤트로픽이 개발 중인 비공개 모델 ‘미토스(Mythos)’가 해킹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자국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첫 AI 회담에서 의미 있는 규제 합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양국이 ‘프런티어 AI 모델’의 정의나 위험 평가 기준 같은 기본 원칙부터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국제 전략 컨설팅회사 DGA-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파트너 폴 트리올로는 “첫 회담에서 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첨단 AI 모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같은 기초적인 부분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이 AI 현안을 의제로 공식 협의에 나서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절인 2024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첫 미중 AI 실무급 회담에서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결정은 AI가 아닌 인간이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적 합의를 이루는 데 그친 바 있다.

미중 패권경쟁, AI 싸고 격화

이번 회담은 AI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반도체와 무역을 넘어 국가 전략자산이 된 AI에 대한 규제와 국제 규범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측에선 상무부나 국무부가 아닌 ‘제재와 금융 통제’를 주관하는 재무장관이 협상을 이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 문제를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닌 대중국 경제·제재 지렛대로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담에 나설 중국 측 수석대표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2024년 첫 미중 AI 실무급 회담 당시 미국 측은 기술 전문가들을 대동한 반면, 중국은 외교부 소속 외교 정책 전문가들을 내세워 미국의 수출 통제 해제에 초점을 맞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진용을 꾸릴지 주목된다.

양국은 AI를 핵심 국가 자산으로 보고 상대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인 ‘미토스’와 ‘페이블’의 해외 사용을 잇달아 제한했다. 이후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페이블은 18일 만에 규제가 해제됐지만, 사이버보안 전문가용인 미토스는 현재도 미국 정부가 승인한 일부 기관만 사용할 수 있다.

중국도 자국 AI 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의 AI 수출통제에 대한 맞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4월 메타의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를 철회하도록 명령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투자자·기술·데이터가 연루된 해외 거래 통제를 강화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마누스처럼 해외로 이전한 AI 스타트업에 대한 수출 통제법 위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달 초에는 자국산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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