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실적 경쟁 불붙이는 아전인수 해석… 3특검이 불러온 ‘영장 전쟁’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에 수사·사법기관 공격
3대 특검 영장 청구 건 기각률 평균 ‘47.9%’
일반 형사사건 2배… 국정농단 특검 30%대
구속 요건 엄밀한데… ‘혐의 소명’부터 지적
법조계 “구속으로 수사 성패 판단 지양해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구속영장 기각을 기화로 이른바 ‘3대 특검’의 높은 기각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되는 이들 특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48% 정도다. 두 건을 청구해 한 건도 채 발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수사 성과를 의식한 영장 청구 결과”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특검 측도 분명 할 말은 있다. 특검팀 관계자들은 “결과적으로 법원과 견해가 달라 기각됐다고 청구하지 말았어야 할 구속영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하는 입장에선 혐의가 소명되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등 항변을 한다. 단순히 ‘무리한 영장 청구’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3대 특검 구속영장 기각률 정말 높을까?

3대 특검 구속영장 기각률. 그래픽=김대훈 기자

3대 특검 구속영장 기각률. 그래픽=김대훈 기자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3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건수 기준 기각률 평균은 47.9%(48건 중 23건)다. 구체적으로 △내란·외환 특검 46.2%(13건 중 6건) △김건희 특검 32%(25건 중 8건) △채상병 특검 90%(10건 중 9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국정농단 특검의 31.6%(수사결과 발표자료 기준·19건 중 6건)와 비교해 봐도 상대적으로 3대 특검 기각률은 높은 편이다.

전체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전체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여기에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22.9%)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더욱 도드라진다. 물론 살인·절도 등 사건을 모두 포함한 수치라 특검과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영장전담판사 출신 법조인은 “근무 당시 법원 내부 통계를 내봤을 때, 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대상인 검찰 직접 청구 영장은 발부율이 50%가 조금 넘었다”며 “그보다 수사의 난도가 높은 특검 성격까지 고려하면 (높은 기각률은) 이례적인 결과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혐의 소명’ ‘관련 사건’ 문턱 못 넘은 특검들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의 사유. 그래픽=Canvas·이유지 기자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의 사유. 그래픽=Canvas·이유지 기자

오히려 문제는 기각 사유다. 형사소송법 70조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혐의 소명)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망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간단히 말해 ①혐의가 뚜렷한지 ②주거가 확실한지 ③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가려는 조짐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내란·외환 특검이 청구했다가 기각된 영장의 경우 법원은 ‘혐의나 법적 평가 자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를 주로 제시했다. 혐의가 있는지, 죄가 되는지 명확하지 않단 취지다. 특히 내란죄 관련해선 계획부터 공모하거나, 행위 자체 위법성이 분명히 드러난 게 아니면 대부분 기각 결정을 내렸다. 특검과 법원이 내란 가담 기준, 입증 정도에 있어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고 볼 대목이다.

김건희 특검 경우엔 ‘혐의가 중대하냐, 김 여사 범죄와 관련이 있냐’가 쟁점이 됐다. 특검 측은 자금 흐름에 따라 주변부 수사를 바탕으로 윗선의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그 적정성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일종의 ‘다음 단계 수사로 나아가기 위한 구속’이라는 특검 주장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채상병 특검은 일곱 명을 무더기 영장 청구했다가, 한 명만 구속되면서 빈축을 샀다. 지휘계통상 상호 혐의에 관련이 있어 구속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외압 관련 청구한 영장의 경우 두 건 다 ‘혐의에 사실적, 법리적 다툼 여지가 있다’는 결정문을 받아야 했다. 특검 특수성을 고려해도 구속수사 요건에 맞게 청구한 게 맞냐는 의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속수사 능사 아닌데… 성과 압박에 “예견된 결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정다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정다빈 기자

법조계에선 ‘구속수사를 수사 성패 척도로 판단하는 경향성’에 따른 각 특검의 성과 압박을 꼬집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3개 특검이 이례적으로 동시 출범해 경쟁적으로 구속 실적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통상 특검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위해 구성되는 경우가 많으나, 3대 특검은 현 여당발로 집권 초기 가동됐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인지수사의 무리한 구속 관행을 탈피하자면서 ‘구속수사가 성공한 수사’라는 고정관념은 그대로”라며 “기소 후 유죄를 받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근 인권친화적 수사 흐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결과”라는 평가도 더해진다.

결과에 따라 법원을 힐난하거나 수사 정당성을 문제 삼고,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속 결과를 입맛대로 해석하고 사법·수사기관을 비판하는 정치권이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영장전담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대전제는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무조건 유죄라고, 기각됐다고 무죄라고 판단하는 것은 양쪽 다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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