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선수 아닌 심판 할 결심?… 與 전대 앞 친명과 거리 좁히기 [노변정담]
김태연 기자 외 1명
친청계보다 친명계 후보들 먼저 초대
김민석 출연 이어… 달라진 노선 주목
“4년 임기 남은 이재명 대통령 체제서
‘반명 유튜버’ 딱지는 부담스러울 것”
편집자주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한 친명(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유튜브 캡처
최근 친여 스피커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가 묘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여권 내 강경 여론을 주도하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한 그룹’으로 묶였던 끈이 느슨해진 듯한 느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사실상 정 후보를 측면 지원하고 나선 유 전 이사장과 달리, 김씨는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비교적 ‘중립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평론가’와 ‘방송인’이라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6·3 지방선거 전 합당이나 공천 등에 비슷한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달라졌다는 평가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씨가 이번 전당대회에선 ‘플레이어’가 아닌 ‘심판’으로 뛸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8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 유튜브 캡처
친청보다 친명 후보 먼저 부른 ‘겸공’
김씨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친명계로 분류되는 서미화·박선원(기호 순) 최고위원 후보를 불러 8·17 전당대회와 관련한 대담을 나눴습니다. 전날 친명계 김용·김영호·임미애 후보가 출연한 데 이어서입니다. 본경선에 오른 친정청래(친청)계 최고위원 후보들보다 친명계 후보를 먼저 초청한 것입니다.
뉴스공장은 앞서 당권 주자 중에서도 정 후보가 아닌 김민석 후보를 가장 먼저 방송에 초대했습니다. 김씨와 김 후보는 지선 전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김 후보를 포함시킬지 등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던 사이라, 김 후보가 김씨 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여권에서는 김씨가 27일 방송에서 친명계 후보들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관전평이 나왔습니다. 정 후보를 겨냥한 날 선 발언에 김씨가 정 후보를 엄호하거나 반론을 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영호 후보가 “당을 작은 운동장으로 활용했다”며 정 후보의 당대표 시절 당 운영 방식을 정면 비판하고, 임 후보가 “지도부가 바뀌어야 한다”며 리더십 교체 필요성을 주장했는데도 말이죠. 세 후보 모두 김씨 면전에서 차기 당대표로 김 후보 또는 송영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방송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습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김어준, 유시민과는 다른 길 택한 듯도”
여권에서는 김씨가 세 명의 당대표 후보 중 정 후보와 가장 가깝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정 후보는 대표 재임 기간 언론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았지만, 김씨 방송은 여러 차례 찾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반정청래 성향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김씨와 유 전 이사장, 정 후보 등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멸칭이 생기기도 했죠.
8·17 전대 일정이 확정되고 당권 경쟁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선 김씨가 이번 전대에서 정 후보를 밀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세간의 예상이 너무 앞서간 것일까요. 최근 김씨의 말과 행동에서 정 후보를 특별히 챙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정치권에선 김씨가 이번 전대에서 유 전 이사장과는 다른 길을 택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김씨는 사전녹화로 진행된 자신의 방송에서 유 전 이사장이 이른바 ‘재건축론’을 앞세워 이 대통령의 외연확장 노선을 비판하자, 수위가 센 일부 발언을 편집해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김씨가) 전대와 한발 떨어져 있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정청래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어준의 몸 사리기? 돕지 않음으로써 돕는 전략?
물론 김씨의 ‘진의’에 대한 해석은 분분합니다. 우선 스피커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특정 후보를 밀었다가 그 후보가 낙선할 경우 김씨의 정치적 영향력도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린다는 것이죠.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김씨는 스피커로서 힘이 줄어드는 게 가장 두려울 것”이라며 “누가 이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니 괜히 안 끼어드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합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통령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았는데 ‘반명 유튜버’ 딱지는 김씨에게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 후보를 ‘돕지 않음으로써 돕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 전 이사장이 이 대통령 직접 견제에 나선 가운데 김씨가 가세할 경우 ‘반명 대 친명’ 프레임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김 후보로의 친명 결집만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한 친청계 인사는 “김씨와 정 후보는 갑자기 멀어질 관계가 아니다”라며 “정 후보가 진짜 위기라고 생각되면 언제든 김씨가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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