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게으름뱅이” ‘칠면조 사면식’서 민주당 조롱한 트럼프
추수감사절 직전 바이든·펠로시 등 겨냥
美FBI, 의원 조사 정황… 야당 탄압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추수감사절(27일)을 맞아 사면될 칠면조 두 마리 중 하나인 고블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절맞이 백악관 전통 행사에서도 야당 민주당 정적들을 조롱했다.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민주당 의원 대상 수사 착수 정황도 드러났다.
칠면조는 사면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이틀 전인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통에 따라 ‘칠면조 사면식’을 열었다. 미국 대통령들은 1989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공식화한 뒤 매년 추수감사절 무렵 선물로 받은 칠면조 한두 마리를 잡아먹는 대신 놓아주며 이를 사면이라 부르는 행사를 열어 오고 있다.
올해는 노스캐롤라이나(州)에서 사육된 칠면조 두 마리가 사면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블(Gobble)’과 ‘웨들(Waddle)’로 명명된 두 칠면조가 도축돼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완전하고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인” 대통령 사면 권한을 행사한다고 선언했다. 고블은 칠면조가 내는 소리를, 웨들은 뒤뚱뒤뚱 걷는 모양을 가리켜 각각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여생을 보내며 칠면조 산업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고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민주당 정적들을 소환해 비난하는 습관은 이날 행사에서도 예외 없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칠면조의 이름을 “‘척’과 ‘낸시’로 부를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절대 사면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방의회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와 하원의장을 두 차례 지낸 같은 당 거물 낸시 펠로시를 조준한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사면한 칠면조 ‘피치(Peach)’와 ‘블러섬(Blossom)’을 언급한 뒤 “작년 사면은 무효”라고 말했다. “졸린 조 바이든이 사면에 오토펜(자동 서명기)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면서다. ‘졸린 조 바이든’과 ‘오토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대통령의 저하된 체력과 인지력을 공격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외모 비하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고블과 웨들)은 미국 대통령에게 헌정된 칠면조들 중 가장 큰 두 마리로 둘 다 50파운드(약 23㎏)가 넘는다”고 소개하더니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겨냥해 “크고 뚱뚱한 게으름뱅이”라고 모욕했다. 프리츠커는 이민자 단속과 치안을 명분으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고 있다.
트럼프가 펄펄 뛰자

캐시 파텔(맨 오른쪽)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하워드 러트닉(왼쪽) 미 상무장관, JD 밴스(가운데) 미 부통령 등과 함께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최한 ‘칠면조 사면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야당 탄압 논란을 부를 만한 일도 이날 벌어졌다. 제이슨 크로우(콜로라도), 크리스 델루지오(펜실베이니아), 매기 굿랜더(뉴햄프셔), 크리스 훌래헌(펜실베이니아) 등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4명은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원들을 위협하기 위한 도구로 FBI를 활용하고 있다”며 FBI가 자신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연방 상원의원 얼리사 슬롯킨(미시간) 역시 이날 엑스(X)에 “FBI 대테러 부서가 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것 같다”고 썼다. 이들은 ‘불법 명령 불복종 촉구’ 동영상에 등장한 전직 군인이나 정보기관 요원 출신 의원 6명 중 5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전날 국방부(전쟁부)가 성명을 통해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민주당 상원의원 마크 켈리(애리조나)다. 이들은 1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후배들에게 “당신은 불법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형감 반역 행위”라며 발끈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