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피살에 궐기한 트럼프… 反이민·反민주 뒤집기 대반격

생활비·엡스타인 곤경 속 진영 결집 기회
재빨리 정치 쟁점화… 울고 싶자 때린 격
테러에 자금? 미네소타 ‘소말리아 커넥션’

미국 대통령 3선 도전 가능성 암시 메시지를 손 팻말에 담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8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라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합성 이미지로 추정된다. 트루스소셜 캡처

미국 대통령 3선 도전 가능성 암시 메시지를 손 팻말에 담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8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라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합성 이미지로 추정된다. 트루스소셜 캡처

아프가니스탄계 이주자에 의한 미군 피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도왔다. 수세에 몰렸던 그가 반(反)이민 의제 추진력을 되살리고 야당 민주당의 기세를 누르며 국면 전환을 위한 대반격에 나섰다.

수세 역전 파상 공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헌법상 금지된 자신의 3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림을 올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합성한 듯한 해당 이미지에는 ‘TRUMP 2028, YES!’라 쓰인 손 팻말을 든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날 앞서 역시 트루스소셜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2021년 1월~2025년 1월) 자동서명기(오토펜)를 이용해 결재한 모든 공식 문서의 효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자극하고 지지층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도발적 행보였다.

계기는 추수감사절 전날인 26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벌어진 주(州)방위군 피격 사건이었다.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파견 순찰 근무를 하다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29)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 군인 2명 중 사라 벡스트롬(20·여)이 27일 숨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심야 ‘제3세계 국가 출신자 이주 영구 중단’을 비롯한 반이민 정책 강화 구상을 장문의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공개했다.

당국의 후속 조치 발표도 기민했다. 총격 사건 뒤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중단하고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 전면 재조사에 착수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의 조지프 에들로 국장은 28일 엑스(X)를 통해 망명 신청 결정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불법 체류자 및 관련 자격 미달 외국인에 대해 각종 소득세 환급 혜택을 중단하려 한다고 X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자동 서명 문서 철회 약속과 3선 도전 암시는 이들 반이민 박차에 따른 파상 공세였다.

미군 피격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 처해 있었다. 그의 대선 공약이 무색하게 여전히 비싼 생활비가 도마에 오르며 지지율이 가파르게 추락했고 11월 4일 지방선거에서 크게 졌다. 취임 전 공언했던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파일 공개를 막으려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신봉하는 트럼프 골수 지지층)’ 진영의 분열을 자초했다. 핵심 어젠다인 반이민 정책도 법원에 의해 자꾸 제동이 걸렸다.

이 와중에 백악관 코앞에서 이민자에 의해 저질러진 주방위군 대상 총격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 준 일이었다. 바이든 문서 취소 등으로 다시 첨예해질 민주당과의 대립각은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새로 뽑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와 엡스타인 파일 논란에 균열 조짐을 보이던 지지층의 재결속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아울러 뾰족한 대안 없이 연말로 다가온 건강보험개혁법(ACA·일명 오바마케어) 보조금 중단의 부작용도 얼마간 덮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분열 공작 맞춤 땔감

미국 수도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이 28일 경찰관과 함께 워싱턴 북동부를 순찰하고 있다. 26일 백악관 인근 주방위군 2명 피격 사건 뒤 워싱턴 시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주방위군 순찰에 동행한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이 28일 경찰관과 함께 워싱턴 북동부를 순찰하고 있다. 26일 백악관 인근 주방위군 2명 피격 사건 뒤 워싱턴 시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주방위군 순찰에 동행한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런 ‘분열 공작’의 땔감으로 쓰일 희생양은 미네소타주에 집단 거주하는 소말리아계 이민자 공동체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5년간 아동 급식, 긴급 주거, 자폐아 치료 등에 지원되는 정부 복지 자금을 대상으로 한 사기 횡령 범죄가 올해 미네소타에서 적발돼 연루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기소된 86명 중 78명이 소말리아계 미국인이었다. 최근 우파 성향 미국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는 이런 식으로 빼돌려진 자금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네소타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소말리아 출신 첫 연방 하원의원인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의 지역구가 있는 주다. 소말리아계 인구가 6만1,000명에 달한다는 게 2023년 기준 세계인구리뷰(WPR) 집계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 미네소타 주정부가 소말리아계 유권자를 잃을까 봐 범죄를 방치했다고 누차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미국식 생활 방식을 거부하며 미국인의 환대를 악용하기만 하는 외국 침략자를 즐겨 거론해 왔는데, ‘소말리아 커넥션’은 이민자와 민주당을 함께 때릴 수 있는 안성맞춤 표적인 셈이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격 사건을 발판으로 20일 내려진 법원의 배치 금지 명령에 아랑곳없이 현재 2,200명 규모인 워싱턴 주방위군에 500명을 추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잘못된 처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순찰 임무가 군인을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게 이번 사건으로 입증된 데다 추가 병력 투입은 긴장 수위를 더 높일 뿐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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