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는 TV도, 비행기 타는 갤럭시도, 韓기업 낀 네옴시티도… 비상 걸린 테크업계

대형 가전제품, 해상 운송 필수인데
호르무즈 위기로 물류비 상승 예고
반도체·스마트폰 실어 나를 항공은
이미 정체·중단, 연료비까지 오를 듯
중동 디지털 인프라 참여 업계 ‘긴장’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 공격을 강행한 2월 28일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만 수면 위에서 발사체가 폭발하고 있다. 하이파=AP 뉴시스

중동을 신흥 시장 삼아 중국을 견제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던 국내 테크업계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물류비 폭증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네옴시티’와 디지털 전환 같은 대규모 중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들은 어렵게 얻은 사업 기회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전자산업 분야 수출로도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제품과 자동차는 해상 운송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1위 선사 MSC는 중동 전 지역을 지나는 물류 운송 예약을 중단했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해상 운임에서 기존보다 50%에서 최대 80% 가까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2025년 12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한 대형몰 안에 삼성전자 휴대폰 매장이 마련돼 있다. 리야드=김진욱 기자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스마트폰과 반도체처럼 항공으로 운송하는 전자제품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동을 경유하는 항공기들 운항이 이미 정체되거나 중단됐고, 연료비 상승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화물사 페덱스는 중동 11개국으로의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항공 운송용 제트연료 공급 차질은 좀 더 시차를 두고 발생하겠지만, 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항공용 제트연료는 쿠웨이트가 공급망의 허브다.

유가 인상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상승하는 연쇄 작용도 테크기업엔 부담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국장은 “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은 전력 공급 유지뿐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역량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중동은 테크업계가 공들여온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의 핵심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중동 지역에서 지난해 스마트폰 점유율 1위(4분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점유율 1위(3분기)를 차지했으며, LG전자 역시 가전뿐 아니라 냉난방공조 사업을 중동 소비자 외에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도 확장 중이었다. 하지만 전황 악화로 올해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고, UAE, 카타르, 이라크 직원들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LG전자도 중동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이동을 되도록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출국과 대피를 진행 중이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를 찾아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시티’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국내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네옴시티’ 사업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재정 여건 악화에 안보 위기까지 더해지며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던 삼성전자는 사우디가 전쟁 당사국이 아닌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트럼프 정부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유가를 다시 내리도록 사우디를 압박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네옴시티 정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에는 네이버도 진출해 있다. 2024년 사우디에서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을 수주하고 지난해 리야드에 중동 총괄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했다. 네이버는 현지 법인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본사와 실시간 핫라인을 운영 중이다. 사우디의 스마트 시티 개발 사업 ‘다리야 프로젝트’에 모빌리티를 공급하기로 한 카카오모빌리티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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