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차세대 AI 메모리 맞붙었다… 같은 목표, 다른 해법

양진하 기자

메모리 전시회 양사 발표 둘러싼 궁금증
①삼성은 HBM을 왜 GPU 위에 올렸나
②삼전 z낸드-O와 하닉 HBF는 다른가
③”통합 역량” “표준 선점”… 각자의 길?

삼성전자가 4~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FMS 2026’에 공개한 zHBM 실물 모형. 기판(맨 아래 파란색)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검은색) 위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쌓은 구조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6일 미국 메모리 전시회 ‘FMS 2026’에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나란히 공개했다. 반도체 호황을 이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잇는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놓고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인 만큼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 이목도 집중됐다.

목표는 같다. 인공지능(AI)가 고도화하며 처리할 데이터가 급증하니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1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해법은 미묘하게 차이가 났다. 두 회사 기술 모두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AI 시스템의 메모리 병목을 풀려 하지만 쌓는 대상과 작동 방식, 적용처가 다르다.

①데이터 이동거리 줄여 효율 높일 구조

삼성이 실물 모형까지 들고 나오며 강조한 zHBM은 원래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놓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가속기 위로 쌓는 구조다. HBM도 D램을 적층해 대역폭을 높인 메모리인데, GPU로 데이터가 오가는 데 시간과 전력을 덜 들이기 위해 데이터 이동거리를 더 줄인 것이다. GPU 위에 HBM을 쌓아 한 번에 전달할 데이터 양을 늘리고 전력 효율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열이 많이 나는 GPU와 HBM을 포개는 만큼 상용화 난도가 높다. 적층 구조가 무거워지는 데 따른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열을 어떻게 빼낼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정밀 접합과 웨이퍼 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②z낸드-O와 HBF 둘 다 낸드인데, 용도 달라

두 회사는 D램 말고 낸드플래시를 쌓는 기술도 나란히 선보였다. 낸드는 스마트폰 사진이나 컴퓨터 파일을 저장하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쓰이며,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메모리다. D램보다 느리지만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삼성의 z낸드-O는 기존 낸드 기술에 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TSV)을 결합해 4단 또는 8단으로 쌓은 고성능 낸드다. 삼성은 기존엔 칩 외부를 와이어로 연결했는데, z낸드-O는 칩 내부 전극으로 전송하므로 데이터 경로가 줄고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스마트폰과 PC 같은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에 적용할 계획이다.

z낸드-O가 기존 낸드의 연결 구조를 개선했다면, SK가 내놓은 HBF는 낸드를 8단 또는 16단으로 쌓고 병렬로 작동시켜 용량과 전체 대역폭을 함께 키웠다. 빠르지만 비싸고 용량 확대가 어려운 HBM과, 저렴하고 용량은 크지만 느린 SSD 사이에 새 메모리 계층을 만들어 AI 서버 같은 대규모 시스템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HBF는 처리할 데이터가 많은 AI 추론에 필요한 용량과 대역폭을 함께 늘리는 기술, z낸드-O는 기업용 SSD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천성 SK하이닉스 설루션 개발 부문장이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FMS 2026’에 참석해 자사 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③”미래 AI 시스템에서 역할 분담 가능성”

이번 발표에서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묶는 독자적인 통합 역량을 강조했다. 반면 SK는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며 해외 기업들과 함께 HBF 표준 규격을 발표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zHBM과 z낸드-O, HBF가 서로 다른 영역을 나눠 맡아 데이터 처리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김 소장은 “zHBM과 HBF는 직접 경쟁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데이터 계층을 담당하는 보완재에 가깝다”며 “AI 시스템에 필요한 데이터의 속도와 용량에 따라 함께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1 대역폭데이터가 이동하는 길의 폭. 도로가 넓을수록 차가 빨리, 많이 달릴 수 있듯 대역폭이 클수록 데이터를 많이, 빨리 전송할 수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넓힌 메모리(D램) 기술을 뜻한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낸드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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