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태어났지만 美 대표로 왔다”… ‘한국계’ 스틸 대사 부임

전혼잎 기자

스틸 주한 미국대사, 입국 후 성명 발표
‘美 대표’ 강조 “트럼프 비전 실현” 언급
한미, 대미투자·쿠팡·핵잠 등 현안 산적
가교 역할 기대 속 ‘트럼프 대변’ 우려도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도착 성명 발표를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공항사진기자단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인 미셸 스틸이 30일 한국에 부임하며 한국어로 밝힌 첫 일성이다. 18개월에 걸친 주한 미국대사 공백을 채운 그의 앞에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쿠팡 문제, 한미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실무 협의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미 간 핵심 소통창구가 열린 셈이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스틸 대사가 미국 중심의 철저한 트럼프식 외교를 대변할 경우 이재명 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 소통 창구 될 첫 한국계 여성 주한 미국대사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의 가족사진. 스틸 대사 페이스북

1955년 실향민의 딸로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대사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대사로 적잖은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한미 간에 대미 투자, 쿠팡, 핵추진잠수함 도입, 조선 협력 등 조율이 필요한 경제·안보 현안이 많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백악관에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스틸 대사의 부임으로 현안 해결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스틸 대사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대표로 (한국에) 왔다”고 밝힌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며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함께 실현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 관세 등 주요 현안서 트럼프 적극 대변할 듯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스틸 대사 엑스(X)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스틸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에 대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틸 대사가 미국을 대표해 ‘트럼프의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한 장소인 ‘경주’를 언급한 것도 관세협상의 결과인 대미 투자 이행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5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를 챙기겠다고 밝힌 그는 한국행에 앞서 쿠팡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고충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 보수’ 주한 미국대사 보는 엇갈린 시선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미셸 스틸 대사 왼쪽은 남편 숀 스틸 변호사. 연합뉴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스틸 대사가 한미동맹과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 관계 강화와 한미 양국 국민 간 우정 증진 등을 위해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선 북한과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펴온 ‘보수 성향’ 스틸 대사의 부임을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북한 인권 보호 등에 적극적인 만큼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해리 해리스 대사처럼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와 충돌하거나 안보 사안을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인천공항 주변에선 그의 부임에 대한 엇갈린 기류가 포착됐다.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 등 진보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스틸 대사를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스틸 대사가 성명을 발표한 장소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반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그의 입국을 환영하는 이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북한인권#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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