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D등급’ 서소문고가 붕괴… 위험 징후에도 못 막은 참사

김지섭 기자 외 1명

市 “26일 오전 2시 30분 슬라브 단차 발생”
“공사 중단 후 오후 안전점검 중 사고 발생”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인명 구조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다빈 기자

정밀 안전 진단에서 안전성 미달 기준인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진행 중이던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6명의 사상자를 냈다. 반복된 노후화 경고와 이상 징후에도 사고를 막지 못하면서, 도심의 낡고 오래된 기반 시설 철거 과정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33분쯤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고가 철거 현장에서 슬래브(slab·콘크리트 바닥판)와 낙하물 방지용 공중비계 일부가 무너졌다. 사고는 경의선이 지나는 과선 구간 철거 작업 중 발생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30분부터 슬래브 절단 작업이 진행됐고, 오전 2시 30분쯤 2.9㎝ 단차 침하 현상이 확인돼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오후 2시쯤 외부 전문가 등 9명이 합동 안전점검을 하던 중 구조물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현장 점검에 참여한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구조기술사 등 3명이 숨졌다. 시 공무원 2명과 고가 하부에 있던 서대문구청 행정차량 운전 공무원 1명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명 구조는 사고 발생 약 두 시간 만인 오후 4시 40분쯤 마무리됐다.

단차 발생 자체가 중대한 이상 신호였던 만큼 현장 통제와 보강 조치가 적절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강주 창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철거는 해체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공정”이라며 “안전수칙 미준수나 무리한 공정 진행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노후 기반 시설 철거 과정의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기 단축 압박 속에 위험 징후가 발생해도 작업과 점검이 병행되는 관행이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역시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돼 59년 동안 도심 교통을 담당했다. 2019년 교각 콘크리트 탈락 사고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에도 바닥판 붕괴와 보 손상 등 구조물 파손이 반복됐다. 시는 단순 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철거를 결정했다.

철거 공사는 지난해 8월 시작됐으며 사고 당일 기준 공정률은 87.19%였다. 시는 일부 차로를 단계적으로 폐쇄한 뒤 지난해 9월부터 전면 통제 상태에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여파로 경의중앙선 서울~신촌 구간 양방향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행신역발 고속철도(KTX) 열차도 운행 차질을 빚었다. 시는 경찰청 앞을 경유해 서북권으로 향하는 시내버스 53개 노선의 출퇴근 시간 집중 배차를 실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고 보고를 받은 뒤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관계 기관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사고 수습과 인명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26일 서울 서소문고가 철거 현장 붕괴 사고에 따른 시내버스 우회 노선과 집중 배차 현황 안내문.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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