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0억에 넘어간 ‘반도체 핵심기술’… 삼성·SK하이닉스 기술 중국으로 흘러갔다
‘삼성·SK 반도체 핵심기술’ 中에 넘겨
일당 10명 재판행… “피해 수십조”
국가핵심기술국외유출 등 혐의
삼성전자 임원 출신 中 업체 실장 등

김윤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세계 1위 K반도체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CXMT 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빼돌려 중국 경쟁사에 넘긴 전직 삼성전자 임원 등 일당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던 10나노급 D램 공정기술이 유출되면서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김윤용)는 지난 1년간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끝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 등)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삼성전자 부장 출신 A(58)씨 등 핵심 개발인력 5명을 구속 기소하고, 개발책임자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9월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B(57)씨와 함께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18나노 D램 공정정보를 불법 취득한 뒤 중국 업체 창신메모리(CXMT)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가 약 5년에 걸쳐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급 D램 공정기술로, 수백 단계의 공정정보가 기재된 핵심 정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5월 설립된 CXMT는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A씨 등을 개발 책임자로 영입했고, 이들은 중국 설비에 맞도록 국내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 CXMT는 이를 토대로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기술 유출에 가담한 이들은 위장 입사 형태로 중국에 건너가 기존 연봉의 2~4배에 이르는 보수를 받았고 일부는 연봉 총액이 최고 3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비와 자녀 국제학교 학비 등도 받았다. 이들은 “항상 주위에 국정원이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내부 지침을 공유하고, 출국금지 및 체포 상황에 대비한 암호를 마련하는 등 수사에 조직적으로 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CXMT에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유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에만 약 5조 원의 매출 감소를 겪은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전체 수출의 20.8%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규모를 고려할 때, 중장기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 세계 유일의 공정기술이 통째로 중국에 유출돼 최종 양산까지 사용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국가경제 및 기술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공정절차서란?
종합공정절차서(PRP·Process Recipe Plan)는 수백단계에 이르는 공정의 순서, 각 단계별 설비 조건을 포함하는 종합 공정 매뉴얼이다. 기업이 기술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CXMT는 PRP유출을 통해 첨단 D램 기술을 따라잡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CXMT는 빼내온 영업 기밀과 인력을 토대로 D램 양산 기술을 키웠다. 컴퓨터의 주된 연산에 활용되는 데이터 저장 장치인 D램의 성능은 내부의 트랜지스터(저장할 정보를 가르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소자) 속 회선의 폭이 좁을수록 우수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회선의 폭이 18나노미터인(18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하며 ’10나노대 D램’의 시대를 처음 열었는데,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8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최근 CXMT가 생산하는 D램의 성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견줄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