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로 유가 폭등하나… 중동 ‘시계 제로’에 정부 연속 대책회의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최악 시나리오
유가 급등 비상…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빨간불
국내 4개월치 비축유… 단기 대응 능력 있어
장기화 시 에너지 위기·해상운임 상승 우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급격히 오르며 환율이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미국·이스라엘의 타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며 중동 정세가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이란 정예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어떠한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행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해 국제유가와 통상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아직 국내 기업이나 석유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산업통상부는 잇따라 대책회의를 소집해 긴장감 속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될까… 유가·에너지 수급·수출 영향은

1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록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에 연료를 넣고 있다. 뉴스1
1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현지 상황을 살피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걸쳐 있지만 대형 유조선은 수심이 깊은 이란 영해로만 통과할 수 있다. 이에 이란은 국제적으로 불리해지면 이 해협을 볼모로 삼고 위협한다. 지난해 6월 이란 의회가 해협 봉쇄를 의결했을 뿐 아직까지 실제 조치로 이어진 적이 없어 봉쇄 여부는 불확실해도 위협적인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란이 해협 봉쇄를 강행한다면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파장이 밀려 온다. 국제유가 상승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산업계와 소비자 양쪽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유가가 10% 오르면 수출은 0.39%, 수입은 2.68% 증가하고 생산 비용도 전 산업에서 0.38%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제조업은 비용 상승 예상치가 0.68%로 더욱 높다. 한국석유협회 관계자는 “고환율에 고유가는 산업계에 큰 부담”이라며 “장기화되면 수요 감소로 경영 실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에너지 조달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연간 10억 배럴 규모의 원유를 들여오는데 이 중 61%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다만 현재 국제공동비축유를 비롯해 국내에 4개월치 원유가 확보돼 단기 대응력은 충분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가능성이 있는지 업계를 통해 파악 중”이라고 했다.

문신학(왼쪽 두 번째) 산업부 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이란 사태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수출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호르무즈해협 권역 7개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1.9%(연 136억8,000만 달러) 수준이다. 또한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이 후티 반군 사태가 발발한 2023년 이후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그래도 해협 봉쇄 장기화 시 우회로 인한 최대 50~80%의 해상운임 인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무역협회는 “최근 중동으로 가는 해상운임이 하향 안정 추세였는데,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이 지역 전쟁 발발 시 해상운송 보험료가 최대 7배 할증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란 공습 발생 직후 긴급 대책반을 꾸려 이틀 연속 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자원 수급 상황, 국내 업계 영향을 1차 점검한 결과 즉각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 사태의 전개 추이, 국내 가격 동향, 선박 운항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계 부처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란 사태 관련 중소기업 피해 현황을 접수해 신속히 지원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