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엔화 800원대 가겠네… ‘슈퍼 엔저’에 코스피 하락·고금리 압박 커진다
신주희 기자
엔화 약세, 글로벌 국채 금리 발작 낳아
日정부 개입으로 강세 전환해도 문제
“엔저·국채 금리 상승, 위험 수준”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달러 강세에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리면서 아시아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00엔당 960원까지 치솟았던 원·엔 환율이 900원 초반으로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도 약 40년 만에 163엔을 넘어서며 ‘슈퍼 엔저’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 이 같은 엔저 현상에 국내 금융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7.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906.54원을 기록하며 2024년 11월 25일(905.7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원·엔 환율이 800원 선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엔화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리스크가 재차 확대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쏠리자,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함께 일본의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맞물리며 엔화 매도세가 커졌다.
문제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글로벌 자산시장과 금융 시장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엔화의 추가 약세는 일본 국채 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실제 21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4%포인트 오른 4.632%를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4.5%를 넘어섰다. 장중에는 4.64%까지 올랐다. 이는 올해 5월 20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국내 증시가 휘청였던 이유도 일본 국채와 미국채 10년·30년물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5월 17~18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하루 만에 8,000선에서 장중 7,300까지 무너져 내렸다.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가는 국면도 경계 대상이다. 일본 정부가 엔저를 방어하기 위해 직접 개입해 엔화가 급등할 경우,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 과정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7월 31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기습 인상하자, 엔화를 저리로 빌려 글로벌 주식 등에 투자했던 헤지펀드와 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을 무차별 매도하고 엔화를 되갚는 긴급 청산에 나섰다. 그 결과 그해 8월 5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234.37포인트) 폭락하며 당시 기준 역대 최대 폭 하락을 기록할 정도로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엔화 가치의 상승이나 하락 모두 국내 금융시장에 가져올 여파는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도 함께 하락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다. 엔화 약세 지속은 결국 원화 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고,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앞당겨 기업과 가계에 고금리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급격한 엔화 강세도 그 파괴력을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미 각인시켰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국채 금리가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둘의 조합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 신주희 기자snowcarf20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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