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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레스타인 전쟁 속 가짜뉴스 온상된 ‘X’

170만명 본 이스라엘 장군 체포, 하마스의 헬리콥터 격추 등 영상…엑스로 전세계 퍼졌지만 다 허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이튿날인 지난 8일(현지시간), 군복 차림 남성들이 수갑 찬 사람들을 차량에서 강제로 끌어내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퍼졌다. “이스라엘 장군급 인사들이 하마스에 체포됐다”는 문구가 달렸고, 영상 조회 수는 170만 회를 넘겼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세력이 체포될 때 찍힌 영상에 설명만 바꿔 게시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주말 엑스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영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80억 달러 규모 지원을 승인했음을 보여 주는 문서, 사진 등이 나돌았다. 모두 다른 영상이나 문서를 짜깁기한 가짜 콘텐츠였다. 엑스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콘텐츠들은 엑스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허위정보 유통 경로’로서 엑스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러 SNS 간 경쟁으로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도 월 활성 이용자 수가 5억 명이 넘는 데다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2주 전 유럽연합(EU)은 엑스를 ‘가짜뉴스의 최대 선전장’으로 지목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러시아발 허위정보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페인 3국의 온라인 플랫폼 6개를 조사한 결과 “엑스가 허위정보 유포율과 유포지 비율 모두 가장 높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증시를 급락하게 만든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 폭발 가짜 사진’의 주요 유포 경로도 엑스였다.

테크 업계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추진한 일련의 변화가 엑스를 허위정보 유포에 유독 취약한 구조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유명 인사, 신뢰할 만한 기관에만 부여하던 ‘블루체크’를 누구나 월 8달러만 내면 받을 수 있도록 바꾼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용자가 블루체크가 붙은 계정을 ‘공식 계정’으로 인식하고 있고, ‘블루체크 계정’들이 가짜뉴스를 퍼 나르다 보니 사람들이 ‘진짜’로 오인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관련 가짜 콘텐츠를 유통한 계정의 상당수도 블루체크 계정이었다.

지난해 머스크가 엑스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 콘텐츠 조정팀을 와해시킨 것도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유해·허위 콘텐츠 감지는 사실상 이용자들의 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이런 방식은 콘텐츠를 걸러내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최근 엑스가 뉴스 링크 시 사진만 보이도록 노출 방식을 바꾼 것도 문제다. 엑스는 원래 뉴스 링크를 공유하면 해당 기사의 이미지와 제목, 본문 첫 한두 문장을 나란히 표시했는데, 지난 5일부터 이미지만 나오도록 바꾸었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계정 주인들이 남긴 설명만을 보고 ‘그냥 믿어 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쟁 중엔 SNS상 허위정보가 급증하는 만큼,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짜뉴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블루체크 계정이 공유한 콘텐츠라 해도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콘텐츠를 평소보다 천천히 소비하는 습관을 들이며 △공유자, 작성자가 누군지 확인하는 한편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여러 개 찾아보는 방식으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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