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여당마저 비판… “빠져나갈 구멍 많아”

세종=장재진 기자

최근 6년간 주가 평가한 뒤
PBR 10~25% 이하 때 추정
“오래 눌리면 효과 제한적”
與 “회피법 제시했다” 비판
정부 “투자 영향 고려해야”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마련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자본시장을 가리지 않고 부작용 우려가 표출되면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마저 정부안에 비판적인 입장인 탓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세제개편안 평가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안은 한마디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교무실에 와서 샅샅이 증명하라’는 것”이라며 “납세자의 권익을 완전히 무시하는 세법”이라고 비판했다.

재정경제부는 앞서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주가 누르기로 추정되는 상장주식은 재평가하는 방향으로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①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정 기준(코스피 25%·코스닥 10%) 이하로 머물렀거나 ②최근 1년간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시가총액이 최근 3년간 시가보다 30% 이상 하락한 경우 주가 누르기로 추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줄 때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업계는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VIP자산운용은 “‘짧게 누른’ 주가는 보정할 수 있지만 ‘오래 눌린’ 주가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랫동안 주가가 낮았다면 과거 평균도 낮아 눌린 주가에 30%를 더해도 기울어진 저울에 추 하나를 얹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주가 누르기로 판정될 경우 주식 가치를 30% 할증할 방침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 날 정부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나쁜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정부 기준이 느슨한 탓에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대상 기업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같은 당 이훈기 의원도 “정부안은 기업에 회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5일 자체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개정안은 PBR 0.8 이하 기업을 주가 누르기로 규정하고, 주가가 이보다 낮을 땐 PBR 0.8을 적용해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여당안과 정부안을 적용했을 때 추정되는 대상 기업은 각각 1,300개와 100개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정부는 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가 누르기 추정 대상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 등에 “한국 증시는 믿을 수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PBR이 낮다고 바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불가피한 사유를 입증하면 면책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안은 기업 가치 재평가 시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코스피#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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