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까 봐 두렵지만 영웅은 되고 싶어… 트럼프의 ‘암살’ 애증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외 1명
기사회생 경험, 정치 자산 활용
이란 위협 늘 의식… 예민한 반응
‘신의 가호’ 믿나… 강한 자기애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 미 워싱턴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만찬에 참석해 WHCA 회장인 미 CBS방송 기자 웨이자 장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죽을까 봐 두렵지만 영웅이 되고 싶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암살은 애증의 대상이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 전용기(에어포스원) 교체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들을 독해하는 데에도 암살이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정치폭력 안 무섭다”
재집권 뒤 늘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어른거리는 것이 암살의 그림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연례 만찬은 4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을 노린 것으로 의심되는 무장 괴한의 행사장 난입 시도로 파행했다가 3개월 만에 재개된 행사였다.
힐튼호텔에서 상대적으로 보안이 수월한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로 장소를 옮기고 참석자 규모를 예년의 2,600명보다 대폭 축소된 700명으로 줄인 이날 행사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우리는 정치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며 짐짓 결기를 내보였다. “이 나라에서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믿으며 총알이 아닌 공개적이고 활발한 토론으로 의견 차이를 해결한다. 총을 든 정신 나간 패배자가 결코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그럴싸하게 훈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 직전인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유세 때 자신을 향해 날아온 탄환에 오른쪽 귀를 맞고 기사회생했다. 이후 그는 이 경험을 정치적 자산으로 십분 활용했다. 자신을 암살할 수 없는 신의 아들로, 암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웅으로 포장했다. 암살이 그를 더 큰 정치적 거물로 도약시킨 셈이다.
전용기 환승 소동
그러나 그의 의연은 허세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더러 보이는 지나친 공격성과 남성성 과시, 자신이 전쟁 영웅이라는 자찬 등이 사실은 본인이 나약하다는 불만과 군 복무 경험 결여에 따른 열등감의 반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는 정황 중 하나가 이달 7,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전용기 교체 탑승 경위를 둘러싼 언론과의 갈등이다. 회의 주최국 튀르키예를 찾을 때 카타르가 선물한 신형 에어포스원을 탔던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뒤 귀국길에는 구형 에어포스원을 타고 영국 밀든홀 공군 기지로 간 뒤 거기서 신형으로 갈아탔다. 영국 주둔 미군 장병에게 보여 주려 새 전용기를 먼저 기지로 보냈다는 게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이었지만,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란의 암살 대상 리스트 1순위라는 언급으로 암살 위협이 전용기 교체의 배경이었음을 시사했다.
애초 신형 에어포스원 투입을 서두르라고 자신의 행정부에 지시한 장본인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2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새 전용기 졸속 도입의 원인으로 빨리 자신의 위엄에 걸맞은 전용기를 내놓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촉을 꼽았다. 이런 사정에도 이란이 암살하려 한다는 첩보를 토대로 비밀경호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안 장치가 부실한 전용기를 타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한 NYT 기자들에게 법무부는 소환장을 보냈고,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자 23일 하릴없이 결정을 철회했다. 해당 보도에 참여한 NYT 백악관 출입기자 타일러 페이저가 이튿날 WHCA 만찬에서 공교롭게 상을 받게 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색하게 그를 축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불신과 확신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카타르가 선물한 신형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예민한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집권 1기 말인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제거를 미군에 지시했고, 이 작전이 성공한 뒤 이란의 암살 표적이 돼 왔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본인을 암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2월 말 이란 침공 결정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개전 초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폭사한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복수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최근 천명했기 때문이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가호’를 믿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만찬은 나르시시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의 면모가 재차 드러난 자리였다. 그는 잠깐 기자들에게 너그러운 척했다가 금세 자신을 향한 비판을 참지 못하고 역으로 상대방에게 비난을 일삼는 본색을 노출했다. 위헌이 분명한 ‘3선 도전’ 농담도 태연하게 던졌다. 무소불위 수준으로 강해진 자기애를 내비친 것이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 문재연 기자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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