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소 털려” “이번에 탈퇴” 쿠팡 사태로 치솟는 불안·분노… 집단 소송도
쿠팡,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이름부터 연락처, 집 주소까지 털려
2·3차 피해 가능성에 불안 커져
집단소송 모집 하루 만에 1000명 훌쩍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은 전날 약 3,370만 고객 계정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강예진 기자
“여성 혼자 사는 집 주소까지 유출됐는데, ‘사과드린다’는 말 한마디면 다인가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유모(27)씨는 30일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쿠팡의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받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식재료나 생수 살 때마다 쿠팡 ‘로켓배송’을 이용한 유씨는 “집 주소와 아래 써둔 빌라 공동 현관 비밀번호도 유출됐다니 범죄 표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집주인에게 현관 비밀번호 변경 요청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용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치솟고 있다. 쿠팡이 자체 조사로 밝힌 노출 이용자 계정만 3,370만 명 규모로, 사실상 일상에서 쿠팡을 끼고 소비를 해온 전체 이용자 개인정보를 모두 노출해버린 셈이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쿠팡 상대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역대 최다 규모 정보 유출 탓에 2·3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원성 터져

쿠팡이 30일 피해 고객에게 보낸 개인정보 노출 통지 문자 메시지. 연합뉴스
개인정보 유출 안내를 받고 곧장 쿠팡 이용을 중단하는 이용자들도 잇따랐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안모(36)씨는 “전날 아침만 해도 쿠팡으로 라면을 주문했는데, (3,370만 명 정보 유출) 뉴스를 보고 아찔했다”며 “(과거 쿠팡의 문제적 행태로) ‘불매’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이용을 고민했는데, 이번엔 바로 탈퇴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와우멤버십’)를 3년 쓰며 월 10건 이상 주문했다는 ‘단골’ 이모(26)씨도 “빠른 배송 편의로 써왔는데, 이 사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고 분개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느슨한 쿠팡의 대응도 불신을 키웠다고 이용자들은 꼬집었다. 쿠팡은 올해 6월 24일 유출이 시작됐다고 했는데, 5개월간 유출을 인지 못한 보안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엉성했던 피해 규모 파악도 불신을 부채질했다. 쿠팡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피해 규모를 4,500명이라 신고했으나, 11일 만에 3,370만 명 규모로 7,488배 폭증했다. 직장인 김태욱(28·서울 강남구)씨는 “5개월간 유출 사실조차 인지 못하고, 피해 규모가 갑자기 터무니없게 불어난 이 상황을 누가 선뜻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용자가 즐겨쓰는 쿠팡 애플리케이션에 신속한 공지도 없이 피해 이용자에게 개별 문자만 순차 발송한 점도 미흡했다고 지적됐다. 김씨는 “안내에 구체적 설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한 이용자는 “피해자에게 안내된다 해서 아침부터 휴대폰만 끼고 초조해했는데, 오후에야 문자가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쿠팡을 실제 이용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3,200만 명)를 넘어선 초대형 유출 규모에 탈퇴한 회원과 휴면 계정까지 털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번졌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문모(27)씨는 “1년 전 새벽배송 딱 한번 이용한 뒤 안 썼는데 이름과 연락처, 집 주소 등이 털리는 대가를 치렀다”고 허탈해했다.
“정신적 피해 배상하라”… 집단소송 본격화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은 전날 약 3,370만 개 고객 계정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강예진 기자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모임’과 네이버 커뮤니티 공간 등이 전날 개설돼 피해 사례와 대응 방안 공유가 이뤄졌다. 집단소송 모집에 나선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변호사는 “대다수가 피해를 입었고, 쿠팡이 ‘늑장 대응’해 분명한 책임이 있다”며 모집 하루 만에 1,000여 명(오후 5시 30분 기준)이 참가 의사를 보였다”고 했다.
2·3차 피해 우려… “민관 조사 속도내야”
2·3차 피해로 확산될 여지도 있어 이용자 불안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걸로 보인다. 쿠팡은 신용카드 번호나 결제 정보 등의 유출은 없었다지만, 사태 규모를 감안하면 후속 피해가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대규모 유출이라 피해가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유출 기업 발표만으로 유출 정보 범위를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에 민관 합동조사단이 속도감 있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달 25일 쿠팡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28일 고소인 조사를 했으며, 유출 규모와 경위를 확인하는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은 만큼,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피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