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부터 이재용까지… ‘재벌가 이혼’ 재산분할 사례 보니

이서현 기자

특유재산·기업가치 기여도 판단 구체화
이전 재벌가, 기업 지분 분할 아닌 조정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 원에 가까운 ‘역대 재산 분할 최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는 ‘최 회장의 SK 주식이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2018년 2월부터 무려 9년간 법적 다툼을 이어오면서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을 나누지 않아도 될 ‘특유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그동안 국내 재벌가 이혼에서는 기업 지분을 직접 분할하기보단, 신속한 조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이혼소송이 진행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재산 규모 등이 외부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이혼도 5,000억 원대 재산분할 청구가 제기됐지만, 양측이 일주일 만에 합의해 법원의 본안 판단 없이 종결됐다. 구체적인 조정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최 회장과 노 관장처럼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인 전 취득하거나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에 대한 인정 여부는 꽤 엄격하게 이뤄졌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상대로 1조2,000억 원의 재산분할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1% 정도인 141억3,000만 원만 인정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전남편에게 재산분할로 13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배우자에게 회사 지분을 직접 이전한 사례도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04년 이혼 당시 배우자에게 엔씨소프트 지분 1.76%(35만6,461주)를 이전했다. 당시 시가 기준 약 300억 원 규모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 변호인 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해외에서는 거액의 재산분할을 하면서도 경영권은 유지하는 방안이 활용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019년 이혼 당시 약 54조 원 규모의 재산을 배우자 매켄지 스콧에게 지급했다. 다만 스콧이 아마존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베이조스에게 위임해 경영권 변동을 최소화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도 10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재산을 현금과 주식, 투자자산 등으로 분할 지급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최태원#이혼소송#SK그룹#노소영#재벌가이혼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