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매달 200명씩 귀화 미국인 시민권 박탈한다”

이민국 “바이든 시절 불법 귀화 난립”
범죄 이력 감추는 경우 등 박탈 가능
8년간 박탈자 120명… ‘목표 과다’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워싱턴=AP 뉴시스

지난 1월 취임 이후 반(反)이민 정책을 벌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귀화 미국인의 시민권을 대규모로 박탈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비현실적인 월간 목표를 잡은 데다, 시민권 박탈 과정도 까다로워 실현이 가능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NYT가 이날 자체 입수한 이민국(USCIS) 내부 지침에 따르면 USCIS는 전날 각 현장 사무소에 매달 100~200건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적발해 이민 소송 담당 부서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작된 2017년부터 올해까지 누적된 시민권 박탈 사건을 모두 합쳐도 약 120건에 불과했다. NYT는 “이런 규모의 단속이 실제 이뤄진다면 미국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민권 박탈이 추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우려하고 있다. 전직 USCIS 관리였던 사라 피어스는 NYT에 “시민권 박탈의 월별 할당량을 부과하는 것은 이를 정치화할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수치는 연간 시민권 박탈 총 건수의 1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USCIS는 “전임 정권의 느슨한 관리로 불법적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이 있다”며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매슈 트라게서 USCIS 대변인은 “이전 행정부에서 불법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이들을 대상으로 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귀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이들의 시민권을 박탈해 이민 제도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귀화 심사 과정에서 범죄 이력을 숨겼거나 거짓 정보를 제출한 경우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 다만 박탈을 위해서는 재판을 거쳐야 하며, 신청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정부가 증명해야 한다. 시민권이 박탈되면 이전 신분인 영주권자로 돌아간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부분 영주권이 있어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 정보 제출’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무작위로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수로 정보를 오기한 경우에도 박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 오헤런 브레넌센터 선임연구원은 “불법 이민자 단속에서 보았듯이 시민권 박탈에서도 표적이 돼서는 안될 사람들이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점은 귀화 시민들 사이에 공포와 두려움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시민권 박탈 대상을 늘리려는 표적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더 공격적인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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