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철군해야 종전”…돈바스 등 영토 할양 강경 입장 고수

’28개조 종전안’ 마련 후 처음 입장 밝혀
러 영토 법적 인정 요구로 강경 기조 고수
美, 내주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후속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담 후 러시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슈케크=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담 후 러시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슈케크=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먼저 철군해야 종전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처음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28개조 종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던 자국의 영토 할양에서 러시아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향후 후속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군 철수 전제 삼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지만 (미국이 제시한) 계획의 일부는 여전히 논의돼야 한다”면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크림)반도와 돈바스를 국제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법적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전쟁을 끝내는 길은 우크라이나군이 그들이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는 것뿐”이라며 “그들이 떠나면 우리는 전투 작전을 멈출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사적 방법으로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정을 위반하면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종전 협상에 나서기 전에 기존 입장을 바꿀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극단적인 요구사항을 반복하면서 협상에 빠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미 CNN방송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와 2022년 이후 일부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 헤르손·자포리자의 현재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항복하고 법적인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안보와 방위력에 핵심적인 도시들로 구성된 ‘요새 벨트’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후속 협상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전황상 러시아 입장에선 핵심 요구사항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동맹국들은 “영토 할양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러시아는 극단적 요구에서 물러설 의향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는 이것이 항복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요구사항 대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왼쪽 두번째)와 마코 루비오(왼쪽 세번째)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미국 국제기구 대표부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왼쪽 두번째)와 마코 루비오(왼쪽 세번째)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미국 국제기구 대표부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위트코프 특사 등 내주 방러…푸틴과 입장 조율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제시한 평화 계획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서 협상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끝났다”며 “우리도 전략적 안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고려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평화 계획에 대해선 “합의문 초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향후 협정의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최종 버전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초기 구상은 스위스 제네바 회담 이후 전달받았으며, 러시아는 이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함께 종전 관련 의견을 나눈다. 댄 드리스컬 미국 육군장관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을 예정이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