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SNS 금지법 시행

10대 SNS 플랫폼에 청소년 차단 명령
덴마크·말레이시아 등 유사 조치 준비 중
플랫폼 기업들 “표현의 자유 침해” 반발

호주 시드니에서 어린 학생들이 8일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에서 어린 학생들이 8일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당장 틱톡과 유튜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에서 차단된다.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인 다른 국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발효되는 법률에 따라 10대 SNS 플랫폼은 10일 0시(한국시간 9일 오후 10시)를 기해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 만약 플랫폼이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3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이번 주 학교에서 방영될 예정인 영상 메시지에서 “끝없는 피드와 알고리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비슷한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인 다른 나라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덴마크와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와 미국의 몇몇 주에서 어린이 SNS 제한 조치를 계획 중이다. 영국의 경우 올해 7월 포르노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18세 미만 이용자를 차단하도록 강제하기 시작했다.

호주 시드니의 한 13세 청소년 스마트폰에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냅챗'에 접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시드니=AFP 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의 한 13세 청소년 스마트폰에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냅챗’에 접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시드니=AFP 연합뉴스

문제는 대부분의 SNS 플랫폼이 가입 과정에서 나이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일단 온라인 활동 내역이나 셀카 사진을 기반으로 연령을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계정과 연결된 신분증이나 은행 계좌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유튜브의 경우 구글 계정을 통해 연령 정보를 확인할 예정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호주 정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엑스(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는 모든 호주 국민의 인터넷 접근을 통제하는 뒷문처럼 보인다”고 비난했고, 다른 기술기업들도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호주 고등법원에는 해당 법안 효력을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이 계류 중이다.

SNS 기업들은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수익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번 조치로 사용자 수가 정체되면서 플랫폼 시장 자체가 구조적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8~15세 호주 청소년의 86%는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타마 리버 커틴대 교수는 로이터에 “이런 제한 조치를 도입한 건 호주가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호주의 SNS 금지 조치는 마치 탄광 속 카나리아(다가올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존재)같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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