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의장 유력 후보 해싯 “금리 결정에 대통령 발언권 없어”

인터뷰서 “소신대로 투표”… 독립성 강조
월가 ‘트럼프 종속성’ 우려… 대항마 부상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0일 미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서관) 밖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0일 미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서관) 밖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정책금리 결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자신이 연준의 독립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견해 훌륭하지만”

해싯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 발언이 통화 정책 투표권을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과 동등한 비중을 갖게 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할 것(he would have no weight)”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다만 타당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것일 때 그의 의견은 중요하다. 그럴 경우 위원회(FOMC)에 가서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했고 그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들(위원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식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투표는 위원들 소신대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경험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은 들을 만하다는 게 해싯 위원장 말이다. 그는 “나는 지금 대통령의 최고 경제 참모이며 거의 매일 그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대화한다. 물론 통화 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확고하고 근거가 잘 갖춰진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장 독립된 연준의 중요성을 자신이 인식하고 있음을 환기했다. “결국 연준의 임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연준 이사진 및 FOMC 위원들과 협력해 금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집단 내 합의(a group consensus)를 도출하고, 기본적으로 연준 의장의 지침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의결권은 위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똑똑한 내 의견 경청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히 충성심과 금리 인하 의지를 차기 연준 의장의 핵심 자격으로 거론해 왔다. 연준에 금리 인하를 누차 요구하며, 말을 듣지 않는 제롬 파월 현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왔다. 파월 의장 임기는 내년 5월 끝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나는 똑똑한 목소리이며 내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 뒤 어떤 수준의 금리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1%,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낮게”라고 답하며 사실상 3.50~3.75%인 현 기준금리의 대폭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30조 달러(약 4경4,163조 원)에 달하는 미국 정부 부채 이자를 줄여야 한다는 게 핵심 명분이다.

워시, 들러리인가 뒤집기인가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5월 9일 미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통화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5월 9일 미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통화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차기 의장 각축은 해싯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2파전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WSJ 인터뷰 때 “케빈과 케빈이 있다. 두 케빈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가는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속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인사로 꼽히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비공개 행사에서 워시 전 이사를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후보는 해싯이다. FT에 따르면 예측 시장에서는 아직 해싯의 가능성을 더 크게 점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를 얻기에는 워시가 너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라는 시각도 월가에 적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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