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만 원씩 벌어요”… 포켓몬 카드 열풍에 70대 노인도 매장 앞 ‘오픈런’

이정혁 기자 외 2명

아직 여전한 포켓몬 카드 열풍
‘리셀’ 가격 상승에 수집가 울상도

23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포켓몬 카드 숍. 이연재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포켓몬 카드 숍. 이연재 기자

“아침 8시부터 5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들어갔어요. 대기가 좀 줄었다고 해서 밤샘까지는 안 했는데….”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포켓몬 카드 숍. 대학생 박모(19)씨가 새로 산 카드 한 상자를 보여주며 멋쩍게 웃었다. 박씨 옆 대기 등록 기계 화면으로 ‘총 151팀 대기, 예상 대기시간 181분’이라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긴 대기시간에 놀란 듯 몇몇이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일본 만화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포켓몬 카드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아이파크몰의 경우 매장 입장 대기 장소인 7층 야외정원에는 매일 새벽 카드를 사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늘상 100명 이상의 구매자가 돗자리를 깔고 담요를 덮은 채 매장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전날 밤 9시부터 자리를 잡은 사람도 있다고 경비 직원은 귀띔했다.

이들이 추위와 피로를 무릅쓰고 줄을 서는 건 대부분 카드 수집의 재미나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돈’이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포켓몬 카드는 원래 카드에 적힌 효과와 능력치로 상대와 겨루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에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게임 목적보다 희소성 높은 카드를 재판매(리셀)해 차익을 노리겠다는 구매자들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공식 매장에서 정가에 구매한 카드 제품을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웃돈을 붙여 되파는 방식이다.

23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포켓몬 카드 구매처에서 한 시민이 기자에게 포켓몬 카드 상자가 담긴 쇼핑백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연재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포켓몬 카드 구매처에서 한 시민이 기자에게 포켓몬 카드 상자가 담긴 쇼핑백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연재 기자

실제 매장에서 카드 제품은 한 상자에 1만5,000원~5만 원 선에 팔린다. 하지만 인기 제품인 ‘하이클래스팩’의 경우 한 상자(10팩) 5만 원 안팎의 가격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두 배인 1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물량이 적거나 선호도가 높은 희귀 제품은 정가의 4, 5배에 거래되기도 한다. ‘포테크(포켓몬 카드 재테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급기야는 본업을 그만둔 ‘전업 리셀러’까지 등장했다. 이달 1일 오전 7시 용산 매장 입구에서 침낭을 덮고 대기하던 박모(40)씨가 최근 전기설비 일을 그만두고 리셀러로 나선 경우다. 그는 “하루 평균 20만 원, 한 달에 약 300만 원가량 수익이 난다”며 “본업보다 벌이가 낫다”고 말했다.

돈벌이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일주일에 다섯 차례 용산 매장을 찾는다는 김모(75)씨는 “손주와 사위를 도우려고 대신 줄을 선다”며 “주식을 하던 사위까지 요즘은 포켓몬 카드에 돈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7층에 포켓몬 카드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이 캠핑용품을 펼친 채 대기하고 있다. 서은재 기자

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7층에 포켓몬 카드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이 캠핑용품을 펼친 채 대기하고 있다. 서은재 기자

재판매 수요에 매장들도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인기 제품은 1인당 종류별로 한 박스씩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거나, 구매한 카드팩은 현장에서 비닐을 벗겨 재판매 가치를 떨어뜨리는 초강수까지 두고 있다. 하지만 리셀러들은 가족이나 지인, 대리 구매자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가고 있다.

포테크가 과열되면서 수집 목적의 진짜 이용자들 불만은 커진다. 어릴 때부터 포켓몬 카드를 수집해왔다는 이모(23)씨는 “재판매 목적 구매자들 때문에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카드와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업난 때문인지 청년층 등에서 간헐적 수익을 얻기 위해 리셀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와 과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 정도의 규제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