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더 오를라… 트럼프, 반도체 관세 유예 가능성

로이터, 당국자 인용… 8월 공언 뒤 무소식
지지율 잇달아 30%대… 인플레 선결 여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미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미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반도체 대상 관세 부과 약속 이행을 미룰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최근 지지율 하락을 부른 고물가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3개월간 오지 않은 다음 주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반도체 관세 부과가 곧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최근 며칠 사이 정부 및 민간 분야 유관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도체 대상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3개월 전 예고한 조치다. 8월 6일 “반도체에 약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같은 달 15일 “다음 주 반도체 관세를 설정하겠다”며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로 발표되지는 않은 상태다. 반도체는 자동차, 기계류와 함께 한국의 3대 대미 수출 품목이다.

미중 갈등과 더불어 물가 상승이 고려됐으리라는 게 로이터 분석이다. 반도체에 고관세가 부과되면 현재 휴전 상태인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재발할 수 있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커진다. 연말 ‘할인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 내 물가 인상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민주에 14%p 뒤처진 공화

18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매장에서 한 고객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휴스턴=AP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8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매장에서 한 고객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특히 물가의 경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 4일 실시된 일부 주(州)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 후보들이 참패한 데에는 높은 물가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율 부진 역시 물가 상승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공영방송 NPR·PBS와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10~13일 미국인 1,443명 대상)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9%로 나타났다.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전날 공개된 로이터 여론조사(입소스에 의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2기 최저치인 38%였다. 지난해 11월 대선 무렵 48% 동률이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율 역시 NPR·PBS 조사 결과 민주당 55%, 공화당 41%로 크게 벌어졌다.

이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 게 바로 물가다. NPR·PBS 조사 응답자 10명 중 6명(57%)이 트럼프 행정부의 선결 과제로 물가 인하를 꼽았다.

“바이든 때보다 나아져” 강변

트럼프 대통령도 의식하는 모습이다. 이날 미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 참석차 찾은 미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보다 물가 사정이 나아졌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었다. 9개월 전 우리나라는 죽어 있었다”며 “지금은 좋고 정상적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향후 몇 달간 조금 더 내려갈 것”이라고도 했다.

지지율 하락 사실을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내 여론조사 수치(지지율)가 방금 떨어졌지만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크게 올랐다”며 올해 1월 취임 뒤 10개월 동안 거둔 성과를 늘어놓고 자찬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