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만, ‘상호관세 15%·대미 투자 5000억달러’ 무역 합의
한·일과 같은 세율, 직접투자 2500억불
반도체 美공장 설립 때 품목 관세 면제

2022년 10월 14일 대만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 행사에 대만 대표 반도체 제조 기업 TSMC가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대만이 대미(對美) 상호관세(국가별 관세) 세율 인하와 총 5,000억 달러(약 735조 원) 규모 대미 투자를 교환하는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만산 제품의 대미 상호관세는 한국·일본과 동일한 15%가 됐다.
반도체 투자, 관세 면제로 상쇄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의 반도체·기술 기업들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생산·혁신 역량을 구축·확대하기 위해 2,500억 달러(약 368조 원) 규모의 신규 직접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와 별개로 대만 정부가 최소 2,500억 달러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해 대만 기업들의 대미 추가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완전한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확대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상무부는 전했다.

미국-대만 무역 합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 경제 전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사실상 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중심이 된 2,500억 달러의 기업 직접 투자, 정부 보증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2,500억 달러 투자를 합쳐 5,000억 달러 규모라고 강조했다.
이에 상응해 미국은 대만 제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기존 2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한국·일본과 같은 세율이다.
앞서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14조 원), 일본은 5,500억 달러(약 80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각각 25%이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춘 바 있다.
이번 발표에 세부 투자 조건은 담기지 않아 추후 미국과 대만 간 견해 차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대만의 국책연구기관 중화경제연구원의 롄셴밍 원장은 이날 “대만 기업의 직접 투자 2,500억 달러와 정부의 신용 보증 2,500억 달러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두 금액을 합쳐 5,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만 투자의 핵심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완공했거나 증설할 예정인데, 이에 더해 반도체 공장 5곳을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 따라 추가 증설할 계획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은 “TSMC의 (미국 생산) 규모가 두 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과 연관된 대만 기업들까지 “수백 개의 기업이 이곳에 오게 될 것”이라며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 새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인 대만 기업은 해당 시설을 짓는 동안 생산 능력 대비 최대 2.5배까지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매겨지는 품목별 관세가 면제된다. 또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한 대만 기업은 해당 시설의 생산 능력 대비 1.5배에 해당하는 물량까지 품목별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다. 러트닉 장관은 “100만 개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면 건설 기간 250만 개의 웨이퍼를 (관세 없이) 들여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韓, 반도체 관세 우대 재협상 필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14일 미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대만 사이의 이번 합의가 대미 반도체 수출에서 대만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업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한국산 반도체 대미 관세의 경우 향후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할 합의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런 ‘최혜국 대우’는 한국보다 대미 반도체 교역량이 많은 국가가 비교 대상이라 주로 대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계획을 구체화하며 한국은 미국이 무역 합의 때 약속한 반도체 관세 우대를 받아내기 위해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게 됐다.
미국·대만 양국은 이 밖에 대만산 자동차 부품, 목재, 원목, 목재 파생 제품의 품목별 관세는 15%로 책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제네릭 의약품 및 원료 성분, 항공기 부품, 미국 내 조달이 불가능한 천연자원은 상호관세를 면제한다. 한국과 유사한 조건이다.
대만이 거액의 대미 투자를 감수하기로 한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때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에 대해 올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종의 안보 관련 보험을 든 셈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