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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놀이 즐기듯 尹 뻔뻔한 계엄 해제… 끝내 사과는 없었다

무장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병력 280여 명이 ‘민의의 정당’ 국회를 진압하려는 시도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하지만 이를 지시한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29분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장소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6시간이 지나서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등 떠밀리듯 마이크를 재차 잡았다. 그 사이 소총과 야간 투시경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보좌진과 충돌하고,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거나 창문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뻔뻔함의 극치였다. 앞서 선포한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며 계엄군의 국회 장악과 철수를 당연한 듯 언급했다. 마치 병정놀이를 즐기듯 아무런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국회가 극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재적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의 말대로 계엄군은 국민과 여론을 무시한 채 그의 지시를 충실히 받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유감 표명은커녕 국회를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담화를 마무리지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제2, 제3의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선 국무회의 소집이 필요한데,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이 주재했지만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는 한덕수 총리에게 맡긴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윤 대통령은 새벽 담화에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후 진행된 국무회의는 한 총리가 주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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