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뉴욕 시장 등극한 ‘맘다니’…성경 대신 쿠란에 선서

폐쇄된 지하철 역사서 비공개 취임식
“진정한 영광, 일생일대의 특전” 감격
성경 대신 쿠란 사용 선서…역대 최초
진보파 기대주, 막대한 재원 확보 과제

조란 맘다니(가운데) 뉴욕시장이 1일 뉴욕 맨해튼 구 시청 지하철역에서 레티샤 제임스(왼쪽) 뉴욕주 검찰총장과 배우자 라마 두와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쿠란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조란 맘다니(가운데) 뉴욕시장이 1일 뉴욕 맨해튼 구 시청 지하철역에서 레티샤 제임스(왼쪽) 뉴욕주 검찰총장과 배우자 라마 두와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쿠란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에서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조란 맘다니 신임 시장이 1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뉴욕의 첫 무슬림 시장인 그는 전임 시장들과 달리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맘다니 시장은 이날 0시 1분을 기해 에릭 애덤스 전 시장으로부터 직을 넘겨받아 4년 임기에 들어갔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1945년 폐쇄된 맨해튼 구 시청 지하철역에서 이날 0시부터 열린 비공식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주관했다. 맘다니 시장은 부인 라마 두와지 여사가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이슬람 경전 쿠란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을 펴 든 채 취임 선서를 했다. 뉴욕시장 취임식에서 성경이 아닌 쿠란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맘다니 시장은 현장의 취재진에게 “이것은 진정한 영광이며, 내 일생일대의 특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취임선서를 한 지하철역에 대해서는 “우리 도시의 활력, 건강함, 유산에서 대중교통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대단히 감사드린다. 나중에 보자”라고 인사한 뒤 현장을 떠났다. 통상 뉴욕시장 취임식은 시청 앞에서 열렸지만, 이날 그는 폐역사에서 먼저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자신의 지지 기반인 노동자·빈민 계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외신들을 분석했다.

만 34세로 역대 최연소 뉴욕시장인 그는 인도계 무슬림이며,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다가 7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시에 정착했다. 이날 비공개 취임식에서는 성경 대신 아프리카계 라티노 작가인 아투로 숌버그(1874∼1938)가 생전에 썼던 쿠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흑인이자 푸에르토리코 태생이고, 기독교인이면서도 쿠란을 소장한 숌버그의 쿠란을 사용한 자체가 맘다니 시장의 종교·인종·민족적 다양성을 부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진보파 기대주, 사회주의 실험 주목

맘다니(가운데) 뉴욕 시장이 1일 비공개 취임식이 열린 미국 뉴욕 '구 시청(올드 시티홀)' 지하철 역사에 도착해 가족, 측근, 취재진 등과 인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맘다니(가운데) 뉴욕 시장이 1일 비공개 취임식이 열린 미국 뉴욕 ‘구 시청(올드 시티홀)’ 지하철 역사에 도착해 가족, 측근, 취재진 등과 인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맘다니 시장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다. 뉴욕주의회 하원 의원(퀸스 지역)으로 정치에 투신한 그는 지난해 6월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 이어 같은 해 11월 본선 승리를 통해 민주당 진보파의 기대주로 도약했지만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짚었다.

맘다니 시장이 내세운 주거비 부담 완화, 부유세 부과 등 공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막대한 재원 확보가 급선무다. 무상 보육에는 연간 60억 달러(약 8조7,000억 원), 무료 버스에는 매년 8억 달러(약 1조1,560억원)가 필요하다. 또 뉴욕시에서 영향력이 지대한 유대인 세력과 비판적인 대(對)이스라엘 시각 및 반(反) 시온주의 입장을 가진 맘다니 시장이 상호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WSJ는 분석했다.

맘다니 시장은 이날 오후 1시 뉴욕시청 앞에서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공식 취임식에 참석한다.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주재하는 취임식에서 그는 자신의 시정 구상과 포부 등을 밝히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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