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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도 책임도 다 묻나” 폭발한 리비아 민심

대홍수 사망자 2만명 넘을 듯

“하나님이 뜻하시고 행할 뿐이다. 재해 앞에 ‘만약’이란 가정은 넣어 두라.”

10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홍수와 댐 붕괴로 초토화된 리비아의 아길라 살레 국회의장이 나흘 만에 내놓은 발언이다. 도시의 4분의 1이 급류에 쓸려나가고 집계된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돌파했지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가 초래한 구조적 참사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나, 정부는 시신을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매장하는 등 책임 덮기에 급급하다. 이에 폭발한 민심은 “모든 공직자의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16일 기준 유엔 추산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섰고 2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색과 구호작업은커녕 시신 수습도 더디다. 국가 리더십이 쪼개져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계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후 리비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를 근거지 삼은 트리폴리 국민통합정부(GNA)로 갈라져 있다.

양측을 통할하는 리더십이 없는 가운데, 민병대를 거느린 소수의 권력자들은 토지와 석유 이권을 나눠 가졌다. 리비아가 석유 매장량 10위의 자원 부국임에도 댐이 제대로 보수되지 않은 이유다. 무너진 댐 2개는 1970년대에 지어졌으며 2002년 이후 한 번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댐에 균열이 생겨 붕괴 위험이 크다”고 리비아 세바대학이 경고했지만 무시당했다.

석유 개발로 낸 수익 대부분은 LNA 지도부 명의의 스위스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가 민병대 관리 예산 등에 쓰였다. 대홍수 발생 지역인 데르나시를 통치하는 LNA는 그러나 “초대형 자연재해를 어떻게 막느냐. 이런 일은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합정부 구성은 번번이 무산됐다. 2021년 정부 구성을 위한 투표일이 잡히고 유권자 등록까지 마쳤지만, LNA와 GNA의 갈등 때문에 선거가 실시되지 않았다. 리비아 언론 리비아헤럴드는 “두 세력 모두 민주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미 석유 개발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어 세금이 필요 없고 (투표로) 현재 권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언론인 칼릴 알 하시는 “이번 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이 ‘모든 관리들이 책임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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