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비상사태 선포… “마약 카르텔이 시민 죽인다”

만삭 임신부·어린이 포함 7명 총격 사망
갱단이 정부 상대로 전쟁 선포하기도
‘미군 주둔’ 국민투표 추진했으나 부결

에콰도르 경찰이 지난달 29일 과야킬 국제공항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과야킬=AFP 연합뉴스

에콰도르 경찰이 지난달 29일 과야킬 국제공항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과야킬=AFP 연합뉴스

에콰도르가 새해부터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콰도르에서는 마약 카르텔들의 민간인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만삭 임신부까지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치안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매체 엘우니베르소에 따르면 다니아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부터 전국 9개주 3개 도시에 60일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과야스주, 마니비주, 로스리오스주 등과 라마나시, 라스나베스시, 에체안디아시가 대상이다. 노보다 대통령은 “극심해지는 폭력을 줄이고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31일 마나비주 만타에서 총기난사로 7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용의자들은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일가족들을 무참히 공격했는데, 이로 인해 어린이와 만삭 임신부가 숨졌다. 의료진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해 태아를 구했으며, 현재 신생아는 의료 조치를 받고 있다.

에콰도르는 2020년 이후 마약 카르텔들이 활개치며 살인 범죄가 들끓고 있다. 2023년에는 대선후보가 피살되기도 했다. 불안정한 치안에 염증을 느낀 에콰도르 시민들은 갱단과의 전쟁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보아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갱단은 여전히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살인으로 사망한 피해자만 1,232명에 달한다. 노보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복적으로 치안 유지를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24년 1월에는 갱단이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미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지난해 11월 해당 헌법을 개정하는 국민투표를 시행했지만, 유권자의 60%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미군은 2009년까지 에콰도르 만타에 위치한 공군 기지에 주둔했지만, 당시 대통령이었던 좌파 성향 라파엘 코레아가 주권 침해를 이유로 미군과의 협정 갱신을 거부해 철수했다. 이후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으로 외국 군사 기지 유치를 금지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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