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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와 충돌한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헤그세스 美 국방 “자세한 내용은 기밀”
NYT “충돌 당시 헬기 고도 90~105m”
레이더엔 ’60m’로 표시… “집중 수사 중”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공중 충돌한 미 육군 헬리콥터는 정부 고위직 대피를 위한 비밀 훈련을 수행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고로 두 항공기의 탑승객 67명 전원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해당 헬기는 ‘정부 연속성(COG)’ 훈련 중이었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를 상정한 정부 고위인사 대피를 위한 비밀 훈련을 하던 중, 여객기와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헤그세스 장관 설명이다. 다만 그는 “자세한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언급한 COG 훈련은 재난이나 핵공격 등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을 안전 장소로 대피시키는 훈련이다. 충돌 사고 당시 ‘UH-60 블랙호크’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고, 모두 숨졌다. 아메리칸항공 5453편에 탑승해 있던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도 전원 사망했다. 67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 사고는 ‘2001년 이후 미국 내 최악의 항공 사고’로 기록됐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충돌 순간 블랙호크 헬기가 비행 허가를 받은 높이보다 100피트(약 30m) 이상 높은 300~350피트(90~105m) 상공을 날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파악됐다. 근처에 로널드레이건 공항이 있어 여객기의 이착륙이 잦기 때문에, 해당 경로에서 헬리콥터는 200피트 이상 높이에서 비행하는 게 금지돼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문제는 당시 관제사의 레이더 스코프에는 헬리콥터가 지상에서 200피트 정도만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런 오류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 부분을 집중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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