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트럼프 평화안’ 초안 접수… “세부 사항 논의 이어갈 것”
미 육군장관 만나 평화계획 초안 수령
백악관 “러·우 모두 수용 가능” 압박
러, 포크로스크 점령하며 전투 박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키이우의 대통령궁에서 댄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평화계획 초안을 공식 접수했다.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영토 양보나 병력 제한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내용이 대거 포함된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의 준비가 됐다”며 미국과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평화 노력 높이 평가” 칭찬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0일(현지시간) 텔레그렘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평화) 계획안 초안을 접수했다”며 “이는 외교적 노력을 재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댄 드리스컬 미국 육군장관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 측 구상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측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마련할 것”이라며 “유럽 안보 회복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건설적이고 솔직하며 효율적인 협업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 초안을 보도했다. 계획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자국군 통제 아래 있는 영토를 포함해 돈바스 지역 전역을 러시아에 넘기고, 병력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어의 공용어 지정이나 러시아 정교회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등 내정 간섭에 가까운 내용도 포함됐다.
러, ‘푸틴 군복’ 시찰 공개하며 압박 강화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가 FT에 이번 평화 계획안 수용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주권 포기”라고 비판하는 등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평화계획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등 구체적인 논의를 피하는 모양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화 구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게 좋고,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유리한 전황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압박에 나섰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복을 입은 채 러시아군 서부군의 지휘소 한 곳을 방문해 군 간부들과 회의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 참모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이 쿠피안스크를 해방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피안스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일시 점령했다가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도시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방어의 주요 요충지 중 한 곳으로 꼽혀왔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