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이란 국민 편” 강조하고선… 실제론 공습 자꾸 미루는 미국
안보리서 “학살 막을 모든 선택지 고려”
당장 군사 개입엔 보복 등 현실적 제약
대신 제재 압박… 우려 완화, 유가 급락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15일 미국 요청으로 미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이란 관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자국민에게 총을 쏴 가며 반(反)정부 시위를 진압 중인 이란 정권을 상대로 미국이 유엔에서 미국은 이란 국민 편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누차 공언한 대로 학살을 막기 위해서는 군사 개입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장 공습을 단행할 기색이 아니다. 보복 우려, 전력 미비 등 현실적 제약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도움의 손길은 경고?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15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미국이 용감한 이란 국민 편에 서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의 시위대)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란에서는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전역에서 약 3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에 외부 세력 사주를 받은 테러리스트가 침투했다며 발포를 포함한 유혈 진압을 벌여 왔다. 왈츠 대사는 “지금껏 이란 정권에 의해 살해된 시위자 수 추정치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른다”며 이란 정부의 통신·인터넷 차단으로 폭력의 전모가 가려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고는 처음이 아니다. 13일 “(이란 시위대에) 도움의 손길이 가고 있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나 군사 행동을 포함한 이란 사태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공유하며 “좋은 소식이다.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망설이는 진짜 까닭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9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군사 공격을 꺼리는 속내는 인도주의적 이유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공격당한 이란의 보복에 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對)이란 공격 자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란 정권의 생존력도 무시 못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으로부터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기에는 대규모 공격도 충분하지 않을 공산이 크며 오히려 중동 역내에 더 큰 분쟁만 초래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역내 군사 자산 부족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지시를 주저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이란에 치명적 공격을 가하고 역내 미군과 동맹국을 방어하려면 현재 중동 미군 전력으로는 힘들다고 참모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한테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헷갈리게 만드는 신호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는 동안 공백을 메우는 압박은 제재다. 15일 미국 재무부는 시위 강경 진압을 주도한 이란 핵심 당국자와 군 관계자를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과 이란 치안 부대인 법집행군(LEF) 사령관 2명, 이란 정예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2명 등 18명이 포함됐다.
미국의 군사 개입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누그러지며 15일 국제 유가는 4% 넘게 떨어졌다. 영국 런던 ICE(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가 배럴당 63.76달러로 전장보다 4.15%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자산을 중동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6월 핵시설 공습 때처럼 이란을 혼란에 빠뜨린 뒤 갑자기 공격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여전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