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9개 혐의 모두 무죄… 이복현·한동훈·윤석열이 수사 주도
검찰 수사심의위 불복 기소 첫 사례
수사 주도 이복현… 지휘라인 한동훈
尹 지검장 때 수사하고 총장 때 기소
檢 공소장 변경했지만 결과 안 바뀌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시작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5개월 만에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로 결론 났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검찰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3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수사 어려움의 한계를 보더라도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사안에 대해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 경영권을 불법으로 승계하기 위한 이 회장의 ‘로비설’이 제기됐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삼성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하고 2019년 5월 삼성 측 핵심 관계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는 이후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확대됐다. 이 회장을 두 차례 조사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 가로막혔다. 같은 해 6월 검찰 수심위도 이 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두달 뒤 수사팀은 수심위 권고에 불복하고 이 회장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2018년 1월 수심위 제도 도입 이후 검찰이 권고를 무시한 첫 사례였다.
검찰 수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끌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수사해 검찰총장 때 기소했다. 결국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기소된 지 3년 반 만에 다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선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고 복역하다 같은 해 8월 가석방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8월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뇌물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공판 과정에서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강조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2심 재판 때 분식회계 혐의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지만 1심 결론을 뒤집을 수 없었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능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았고, 이 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경영권 강화와 승계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도 유지됐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