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선관위 향해 “국민 신뢰 잃은 기관 존재 의미 없어”…국조 추진 요청

김현우 기자 외 1명

지선 다음날 유감 표명보다 더 높아진 수위
2030 시위·선관위 미숙한 대응 염두한 듯
“검경에 합수본 구성 지시”… 진상 규명 박차
李,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과 공동 논의도 검토
與, 국힘에 “국조·특검도 원 구성부터 해야”
장동혁, “여권이 공범” 대통령과 회담 요구”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1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6·3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초래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는 이번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속히 국정조사를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선 다음날인 4일에도 유감을 표하고 적절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보다 한층 높은 수위로 유감을 표한 것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선관위 대응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선관위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참정권은 어떤 이유로도 제한되거나 침해돼서는 안 되는 헌법적 권리이며, 이번 사태는 국민주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국회에는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역시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를 향해 “사고 자체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후의 대응과 국민에 대한 해명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중앙선관위원장이 국가 5부 요인으로 규정된 것은 선관위가 행정부·입법부·사법부와 마찬가지로 상응하는 권한과 의무, 책임을 지닌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독립기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고강도 쇄신과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된 사안에 관해 신속하게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李,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과 공동 논의도 검토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다른 헌법기관 수장과 함께 선관위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인만큼 다른 헌법기관 수장들과 협의해 신중을 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학생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 “선관위 일정 이상 고위직 물러나야 할 사안”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현직 총학생회 대표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선관위의 일정 이상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을 위해) 현행법률상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모든 방법을 다 쓰겠다”며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정까지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여야는 주말 내내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원 구성 협상, 재선거와 대통령과의 회담 등을 요구하며 주말동안 국정조사 논의는 공전 중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내일(8일)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향해선’신속한 원 구성’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국정조사도 특검도 모두 (원 구성을 마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 책임론’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장동혁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며 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했다. 그는 ‘원 구성이 우선’이란 민주당 입장에 대해선 “그런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며 “이미 많은 국민들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선관위가 이번 사태를 부른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역공을 폈다. 정치권 안팎에선 장 대표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선거와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한 것을 두고 지선 패배에 대한 당내 거취 표명 요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