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기’ 방지 할증 과세에 “억울한 기업 속출 가능성… 보완 필요”

김경준 기자

의도치 않게 장기간 저PBR 유지한 경우도
‘꼼수 기업’ 누명 가능성… 지주사가 대표적
가업상속공제 인정 기간 30년으로 확대도
“오래된 기업 지원하는 제도 아냐” 지적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주가 누르기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주가를 올리고 싶어도 안 오르는 기업도 있잖아요.”

전날 발표된 세제개편안 중 ‘주가 누르기’ 방지 대책에 대해 4일 한 재계 관계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권(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10%)이거나 △최근 1년간 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등으로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으로써 시가 평가액이 최근 3년간 시가에 비해 30% 이상 하락한 기업에 할증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속 재산을 평가하는 기간을 대폭 늘리고, 그중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삼되 최저 할증률을 30%로 잡았다.

재계는 ‘억울한 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업황 악화나 경기 침체 탓에 장기간 낮은 PBR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꼼수 기업’의 누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상속·증여세 꼼수를 막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기업의 지주사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것인데,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규제 때문에 순자산이 커 구조적으로 PBR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저PBR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순자산을 줄일 수 있는데, 이 경우 주주환원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체력이 나빠질 수 있다”며 “지주사만 보더라도 할증 과세의 기준을 단순히 PBR로 삼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편법 절세 논란이 일었던 ‘가업상속공제’도 개편했지만 너무 엄격히 기준을 적용해 법 취지를 살리기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제도의 목적은 전문 기술 전수인데, 최대 공제 한도를 6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리는 대신 가업 영위 인정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늘리고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제도의 취지는 오래된 기업을 더 오래 살리자는 게 아니라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을 오래 살리자는 것”이라며 “30년처럼 너무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기업마저 소외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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