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영혼 파나”… FIFA, 트럼프 사위 일가에 자회사 지분 매각 추진
문재연 기자
FIFA, 상업 운영 담당 자회사 설립
지분 최대 20% 매각 추진
쿠슈너 남동생 벤처캐피털도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2026 월드컵’ 8강전인 노르웨이 대 영국 경기를 앞두고 손짓하고 있다. 마이애미=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상업적 운영을 맡을 자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일부를 민간 투자자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초기 투자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남동생이 세운 회사가 거론되면서 축구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FIFA는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설립해 방송·스폰서십·티켓·라이선싱 등 상업적 권리와 대회 운영을 하나로 묶겠다”며 “제3자에게 소수 비지배 투자를 권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FFE의 기업가치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기준으로 최대 42억 달러(약 6조 원)를 조달하는 안이다. 전날 이 계획을 폭로한 영국 더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분 약 20%가 매각될 예정이며, 조슈아 쿠슈너가 창업한 ‘스라이브 이터널’이 이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주도하며 가자 재건 사업 등에서 사익 추구 논란이 제기돼 온 인물이다.
FIFA는 “모든 순수익은 축구에 전액 재투자된다”고 해명하면서, 211개 회원 협회에 두 가지 지원책을 제시했다. 협회당 최대 2,000만 달러(약 292억5,000만 원)의 일회성 특별지원금을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이와 별도로 4년 주기당 받는 지원금을 8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계획 승인에 필요한 과반 찬성을 얻기 위한 ‘당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총리 “일부라도 팔면 영혼 판 것”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성명에서 “축구 총괄기관이 결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며 “축구 정신과 거버넌스는 거래할 자산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UEFA는 월드컵 보이콧을 포함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55개 회원 협회가 참여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예고했다. 축구 팬으로 알려진 앤디 버넘 영국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축구는 투자자들의 소유가 아니다. 일부라도 파는 순간 영혼을 판 것”이라고 적었고,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인판티노 회장이 쿠슈너의 동생과 수십억 달러 거래를 추진해 뇌물 수수의 해트트릭을 달성했다”고 비판했다.
사업의 최대 수혜자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본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타임스는 그가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31년 이후 FFE를 이끌 최고책임자직(커미셔너)에 내정될 가능성이 크며, 연봉 약 600만 달러(약 87억7,500만 원)인 인판티노가 수천만 달러급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2018년에도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한 250억 달러(약 36조5,6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유럽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구상이 통과되려면 211개 협회 과반 동의가 필요하다. FT는 “유럽은 다시 뭉쳤지만 인판티노가 지원금을 내세워 다른 곳에서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문재연 기자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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