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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귀환’에 숨죽인 금융시장… 비트코인은 최고가 경신

트럼프 취임 앞두고 주식시장 보합권 마감
환율은 소폭 하락…비트코인 ‘최고가’ 경신
‘강달러’에 쏠린 눈… 시장 불확실성 커질 듯
국내 조선·방산주 등 트럼프發 훈풍 기대

도널드 트럼프 귀환을 목전에 두고 국내 주식시장이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트럼프 시대 개막이 금융시장과 개별 산업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반면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트럼프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환율 추이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트럼프 취임에 따른 수혜 기대 업종에 관심을 두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식·외환시장은 관망세… 비트코인은 최고가 경신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0.14% 하락한 2,520.0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0.41% 오른 727.66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떨어진 1,451.7원을 기록했다.

움직임을 최소화한 주식과 환율시장과 달리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장중 비트코인은 최고 10만9,114.88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거나 비트코인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준비자산으로 편입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7일 트럼프가 발행한 공식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가상화폐 ‘$TRUMP($트럼프)’는 한때 시가총액이 14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관건은 ‘강달러’ 지속 여부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가장 쏠린 곳은 달러의 향배다. 무역적자 해소를 우선 과제로 삼은 트럼프 캠프는 선거 기간 동안 수시로 관세 정책을 언급해왔는데, 시장에선 전방위적인 보편관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관세 조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문제는 높은 관세가 물가 상승→금리 인하 속도 조절→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달러 가치가 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고환율 부담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추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강달러 흐름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고강도 관세 정책에도 기대만큼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지 않으면 오히려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인위적 통화조정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 교수는 “관세 정책을 시행한 후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지나 무역 적자나 제조업 고용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가 달러 가치 절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맹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각국 통화 가치 절상을 압박하고 달러 가치를 절하하는 일명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선·방산·기계 등 수혜 업종에 집중” 조언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불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책 수혜를 기대하는 업종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조선과 방산, 기계, 제약 등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수혜 업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에너지 패권을 잡기 위해 LNG 수출에 적극 나서면 선박 수요가 늘 수 있고, 풍력이나 태양광보다는 원자력 발전을 강조하면서 관련 기계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발 트럼프’ 변수는 임기 내내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류진이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라는 불확실성은 취임 직전인 지금 가장 높다”면서도 “향후 4년간 증시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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