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제약 관세 200%” 예고에 ‘세계의 약국’ 인도 비상

하노이=정지용 특파원

인도 제약업계 대미 수출 비중 37%
주요 제약사 주가 일제히 하락
미국도 ‘약값 인상’ 부담, 추가 협상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조지아주 마리에타의 휠러 고등학교에 도착하며 연설을 시작하기 전 손짓을 하고 있다. 조지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제약(제네릭) 관세 200% 부과’ 방침에 인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저렴한 복제약을 대량으로 생산해 ‘세계의 약국’으로 불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영문판 닛케이아시아는 22일(현지시간) “복제약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 움직임이 인도 제약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2028년 8월부터 1년간 수입 복제약에 관세를 100% 매기고, 2년 후에 200%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복제약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과 성분·효능이 동일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저가 복제약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인도 제약업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인도 민간 싱크탱크인 글로벌무역연구원(GTRI)에 따르면 인도는 2025년 기준 의약품 수출액(약 260억 달러) 가운데 약 37%(99억 달러)를 미국에 수출했다.

관세 폭탄 우려에 인도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22일 인도 주요 제약업체 루핀의 주가가 4% 하락했고, 낫코 파마와 그랜뉴얼스 인디아가 2.5% 이상 떨어졌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닥터 레디스, 오로빈도 파마, 워크하르트 등 대형·중견 제약업체 주가 역시 1.5%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통해 인도 제약업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도록 강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약값 관세 부과 의사를 밝힌 후 머크, 로슈, 일라이릴리, MSD 등 세계 유명 제약사들이 잇따라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글로벌 제약업체의 고가 신약과 달리 박리다매 구조인 복제약은 미국 현지생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지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려면 제품별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수년이 걸리므로 2년 유예기간 내 대규모로 이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는 평가도 있다. 인도산 복제약 수입이 막혀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이 급등할 경우 그 피해는 미국 소비자가 입는다. 인도 정부나 제약업체들이 미국과 추가 관세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제이 스리바스타바는 GTRI 대표는 “2년 후면 트럼프 2기 정부의 마지막 단계”라며 “법적 또는 정치적 전개 상황에 따라 이 정책은 수정되거나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인도 제약업체도 리스크는 높고 수익성은 낮은 단순 복제약 생산에서 벗어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도 대형 제약업체인 선파마가 지난해 미국 항암제 전문기업 체크포인트 테라퓨틱스를 3억5,5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자이더스 라이프사이언스는 프랑스 정형외과 수술장비 제조업체 암플리튜드 서지컬을 3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아난드 라티 투자은행의 아난드 카라드 이사는 “기업들은 이미 제네릭을 넘어선 사업 다각화에 착수했다”며 “이번 조치가 다각화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그렇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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