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 협상한다는데, 우리는 리더십 공백…내우외환 한국경제
트럼프, 취임 후 행정명령 폭탄 예상
보편관세 예고했지만, 1:1 협상 할 듯
맞설 리더십 없고, 산업 경쟁력도 약화
“20~30년 끌고 갈 주력산업 육성해야”
리더십 부재, 대외 신인도 하락, 산업 경쟁력 약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시간 21일 새벽 2시 출범한 가운데 우리 경제가 직면한 난제다. 트럼프 2기 출범만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벅찬데, 12·3 불법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멈춰 서 있는 한국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시기조차 기약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20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 폭탄’을 쏟아낼 전망이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선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관세를 무기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86%를 차지하는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초비상인 상황이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수출이 적게는 연 142억6,000만 달러(약 20조 원)에서 많게는 347억4,000만 달러(약 49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고, 경제 성장률은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매년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불법계엄 사태 전 예측치인데도 이렇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텔레비전으로 관련 속보가 생중계되고 있다. 뉴스1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할 협상 창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보편관세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도 막상 임기가 시작되면 일대일 협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와 상대해야 할 대한민국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데다 탄핵 절차를 밟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내 정국 상황이 불확실하고 최 대행이 언제까지 대행으로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선 협상 대상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계엄 사태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대외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트럼프 2기를 맞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중대한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경기 용인시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다른 나라들은 ‘전략적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국가가 나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를 키웠는데, 우리나라는 여야 정치 싸움에 휘말려 국가전략산업 육성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장벽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가격 경쟁력보단 품질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국가전략산업의 지원은 정권에 따라 뒤죽박죽됐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석유화학, 철강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이 이미 다 무너져버렸다. 이대로 가면 서서히 말라 죽는 것밖에 없는데 아무도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앞으로 20~30년간 먹고살 수 있는 주력 산업을 적어도 한두 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