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속…내일부터 허위조작정보에 ‘최대 5배 손배’

정준기 기자 외 1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 D-1]
SNS 채널·온라인 기사 등에 최대 5배 손배
‘누구든 온라인상 정보 플랫폼에 신고’ 규정도
여권 ‘공익’ 요건 강조했지만 남소 우려 여전
플랫폼 ‘일단 삭제’ 우려… 독립성 시비 여지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경석 기자

허위조작정보의 범람을 막겠다며 정부·여당이 주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 시행된다. 고의로 정보통신망에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올린 정보유통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누구든지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를 하고 플랫폼이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론장을 건강하게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 방지책이 충분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가중 손배, SNS 채널·온라인 기사 등 대상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법은 기존 불법정보(음란물 등)에 더해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한다. 불법정보에는 ‘혐오 표현’이 추가됐다. 온라인 콘텐츠 생산자가 불법·허위조작정보임을 알고도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해 피해자에게 법익 침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가중 손해배상 청구는 법 시행 당일부터 가능하다.

누굴 상대로 가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는 시행령에 담겼다. 직전 3개월간 총 3개 이상 정보를 게재해 수익을 얻은 자 가운데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거나 △직전 3개월간 월별 합산 조회수 평균이 10만 회 이상인 경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유튜버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운영자, 언론사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해석한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등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올라온 정보에 대해 누구든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신고할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서비스 제공자는 자율 정책에 따라 신고받은 정보에 대해 삭제 등 조치 여부를 정하고 신고자와 게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조치 결과에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분쟁조정부가 합의 조정을 한다. 언론사가 플랫폼을 통해 게재한 자료는 삭제 등 조치를 할 수 없다. 다만 언론사가 운영하는 SNS 채널 등에 올라온 게시물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공익성’ 요건 강조했지만 남소 우려

개정법에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우려는 언론에 대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다. 비판 보도 대상이 된 기업, 권력자 등이 패소 가능성이 크더라도 보도 위축 효과를 노려 가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

정부·여당은 공익 목적 보도는 가중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부작용 방지책을 충분히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법원이 통상적인 언론의 의혹 보도를 문제 삼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한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법상 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명예훼손 요건인 ‘비방할 목적’보다 훨씬 좁은 규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사가 거액의 소송전이 생길 가능성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특정 정치인이나 권력에 불리한 뉴스라면 의혹 제기 자체를 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법에는 전략적 봉쇄소송 문제를 의식한 규정이 없진 않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선 중간판결 신청 절차를 거쳐 법원이 신속하게 각하 판결할 수 있는 조항이 그것이다. 다만 법원이 충분한 심리 없이 각하 판결하는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플랫폼 ‘일단 삭제’ 우려… 국가 개입 여지도

허위조작정보 신고에 대한 플랫폼의 자율적 조치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간 조사로 허위조작 여부를 판단하기가 까다로운 탓에,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삭제부터 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과거 사이비 종교 사건 관련 문제 제기를 하는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보면 (교단 측 요구로) 처음 10페이지 정도는 다 임시조치를 해둬서 읽을 수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전엔 명예훼손 등 권리 침해를 당한 자가 신고를 해야 했다면 개정법은 누구든 신고할 수 있어서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판단에 개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정부·여당은 △플랫폼이 자율 정책에 따라 판단하고 △플랫폼이 팩트체크를 위해 협력하는 사실확인단체는 독립성 등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도록 규정했다면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개정법은 사실확인단체가 방미통위 산하 투명성센터의 지원을 받도록 하고 있어 독립성 시비가 불가피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정보유통업자가 법원에서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한 경우 방미통위가 10억 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개정법 조항도 시빗거리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어디까지가 법원에서 허위로 판명된 정보와 동일한 내용인지 판단해야 해서 사실상 정부기관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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