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4명 중 1명 “정체성 숨긴 적 있다”
퓨리서치 설문조사
미국 내 한인 성인 4명 중 1명은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은 문화·종교적 관습, 음식, 의상 등과 같은 자신의 인종적 유산이나 특성, 정체성을 비아시안들에게 숨긴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이 불편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까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까봐,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 형성을 우려해서, 백인들에 동화되기 위해 등의 이유가 있었는데, 특히 젊은층일수록, 그리고 외국 태생보다는 미국 태생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컸고, 세대별로는 이민 2세대들에서 숨긴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는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5일부터 올해 1월27일까지 총 7,006명의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12일 발표한 결과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종별로 한인 응답자의 25%가 자신의 문화·인종적 정체성을 숨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인종별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데, 한인 다음으로는 중국계 19%, 인도계 20%, 베트남계 18%, 필리핀계 16%, 일본계 1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층에서 이러한 비율이 높았다. 전체 아시안 응답자를 연령별로 나눴을때 18세부터 29세까지 그룹에서 39%가 숨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30세부터 49세까지 그룹에서는 21%, 50세부터 64세까지 그룹에서는 12% 등으로 낮아졌으며, 65세 이상 그룹에서는 단 5%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 등 외국에서 출생한 경우 보다는 미국 내에서 출생한 경우, 그 중 이민 2세대들에서 이러한 비율이 높았다. 외국 출생자 경우 15%, 미국 출생자의 경우 32%로 각각 나타났으며, 미국 출생자 중에서도 이민 2세대에서는 38%, 3세대 이상의 경우 11%로, 2세대에서 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어가 주 사용 언어인지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영어만 주로 쓰는 경우 29%, 영어와 자신이 속한 인종의 모국 언어를 둘다 쓰는 이중언어 사용자의 경우 14%, 주 사용 언어가 모국 언어일 경우 9% 등으로 나타났다.
정체성을 숨긴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는데, 가장 흔한 이유는 타인이 불편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들도 있었다. 미국에 살면서 다른 이들과 동화돼 살기 위해 노력해 왔던 가운데, 인종적 특성 및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다른 이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까봐 그랬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또 이민 1세대인 부모들이 백인 위주의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종적 특성 및 정체성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들을 보고 자랐는데 그 영향이 있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민 1세대 부모들이 그렇게 했던 이유에 대해 일부 응답자들은 주류사회가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민 3세대들 가운데에는 백인처럼 살기 위해 그랬다는 답변들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