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관행’ 깬 조희대, 탄핵 사유 될까? 헌법엔 대법원장 제청권뿐
조소진 기자 외 2명
헌법엔 대통령과 사전 협의 의무 없어
법조계 “관행 위반과 위헌·위법은 별개”
5개월 협의에도 합의 불발… 제청권 행사
‘대통령 제청 거부’도 전례는 없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 ‘제2사법쿠데타’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장 물러가라”라는 사퇴 요구에 이어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사전 조율이 관행으로 굳어졌더라도, 이를 헌법·법률상 의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조 대법원장이 거듭된 합의 불발 끝에 서면 제청을 택한 배경에도 이런 법리 판단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 “마지막까지 협의”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의원 자리에 조희대 대법원장 출석 요구의 건 서명동의서가 놓여 있다. 뉴시스
대법원은 논란이 된 서면 제청 방식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과 협의”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여권의 주장처럼 ‘일방적 통보’는 아니었다는 반박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후보자 인선 합의가 끝내 불발된 데 대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협의했다”면서 “대통령과 싸우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국회와 대통령에게 각각 동의권과 임명권을 부여한 것이다. 반면 제청에 앞서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은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없다. 사전 조율은 헌법기관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한, 혹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을 예우하는 ‘관행’에 가깝다.
따라서 법원 안팎에서는 이런 관행을 법적 의무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대법원장이 그대로 제청하는 것이 권력분립 취지에 맞는지도 따져볼 문제”라며 “대법관 후보 제청권은 헌법상 분명하게 대법원장에게 부여돼 있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제청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사법부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의사를 미리 듣고 공유하는 관행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제청권 행사’ 탄핵과는 거리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대법원장이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헌·위법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탄핵 사유로 연결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탄핵은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헌법상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고, 이는 대통령과 사법부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한 축”이라며 “헌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한 것을 위헌·위법이라거나 탄핵 사유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대면 제청 관례에 대해서도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만들어진 관행”이라며 “(이를) 사법부 독립 차원에서 (대법원장이) 계속 따라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물론 법적 의무와 별개로 관행을 존중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에게 여러 후보 중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만큼, 그간 청와대와 협의해온 관행을 깬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제청 반려 땐 공백 책임도 부담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임명 절차에 착수할지, 다시 대법원에 공을 돌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차 교수는 “제청은 지명과 달리 추천에 가깝다”며 “대통령은 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기 전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봤다.
역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거부한 전례는 없다. 대법관 공백이 5개월 넘게 이어진 상황은 이 대통령에게도 부담이긴 마찬가지다. 여권이 그동안 대법관 공백 책임을 조 대법원장에게 물어온 만큼, 앞으로 공백이 길어진다면 책임 공방의 역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
청와대와 법원의 인선 협의 과정도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김민기 수원고법 부장판사를 선호해 왔지만, 대법원은 배우자가 현직 헌법재판관이라는 점 등을 우려하며 다른 후보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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