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폭동이 평화 시위? 트럼프가 ‘부정 선거’ 음모론 집착하는 까닭
NYT “1년간 정설 뒤집기 최소 150회”
5년 당일 백악관도 “평화시위” 재해석
지지층 결집… 패배 불복 포석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미 워싱턴의 문화예술 공연장 트럼프-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 연방 하원 공화당 의원 수련회에 참석해 연설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춤을 추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2021년 미국에서 벌어진 ‘1·6 의사당 폭동’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가 부정 선거 탓이라 믿은 그의 골수 지지자들이 결과 확정을 막으려 연방의회 건물에 난입해 시설을 부수고 제지하는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라는 게 정설이다. 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선거 조작 음모론이 이들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민주당이 부정 선거로 자신의 재선을 훔쳤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분연히 일어나 평화롭게 항의한 애국자들이 민주당에 의해 폭도로 매도돼 부당하게 처벌당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하자마자 해당 폭동에 가담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던 약 1,600명 전원을 사면했다.
“진짜 반란 세력은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은 줄기차게 1·6 폭동 관련 정설을 부정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1년간 트럼프의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검토한 결과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거나 1·6 폭동에 가담한 사람들을 피해자로 묘사한 경우가 적어도 150차례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에도 자신의 대선 패배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1·6 폭동 5년을 맞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대상 연설에서 “우리 선거는 완전한 부정 선거(crooked as hell)”라고 주장했다. 선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심은 것이다. 백악관도 웹사이트에 새 페이지를 만들어 폭동을 “평화 시위”로 재해석했다.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복수심에 불타는 정권에 의해 정치적 인질로 붙잡혀 있던 애국 시민들”이라고 표현했다. 폭동 이튿날 경찰관 1명이 숨지고 사태 이후 자살한 경찰이 4명이나 되는데도 “목숨을 잃은 법 집행관은 없다”고 주장했다.
본질은 폭동, 정설을 지켜라

미국 ‘1·6 의사당 폭동’ 사태가 벌어진 지 5년째 되는 날인 6일 척 슈머(맨 앞) 미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하킴 제프리스(두 번째 줄 맨 오른쪽)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연방 의원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뒤 연설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1·6 사태로 숨진 미국 의회 경찰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렸고 유족들도 초대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선거 역사 왜곡에 나선 것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지지 않으려는 노림수일 공산이 크다. 1·6 사태가 폭동이었다는 기억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민주당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소수당으로 전락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집권 1기에 이어 그가 다시 탄핵 심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그는 이날 연설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지면 자신이 탄핵당할 것이라며 공화당의 분발을 촉구했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조작론은 패배했을 때 불복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유용하다. 미국 뉴욕대 로스쿨 브레넌정의센터 의장인 마이클 월드먼은 NYT에 “2020년 대선(부정론)에 대통령이 집착하는 것은 2026년 (중간)선거의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