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데려오면 졸업시켜 줄게”…김녹완의 ‘목사방’을 그들은 벗어날 수 없었다 [사건 플러스]

조소진 기자

신상 털어 ‘박제’ 협박…피해자에게 포섭 지시
‘목사방’ 피해자 261명…’박사방’보다 3배 많아
2심도 무기징역 선고…김녹완은 대법원에 상고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년간 234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성폭행한 김녹완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텔레그램으로 낯선 사람이 말을 걸었다.

“어떤 사람이 단체 텔레그램 방에 네 정보, 얼굴 사진, 전화번호를 올렸어. 정보가 유출됐어. 아무래도 올린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어 ‘연락처 추가하기’ 버튼을 눌러 달라고 했다. 그렇게 전화번호를 확보한 상대는 카카오톡과 SNS를 뒤져 이름과 사진, 가족·친구 관계를 찾아냈다. 그러고는 태도를 바꿨다. “니 신상을 뿌리겠다. 내가 남자를 시켜서 집 밖에도 못나가게 해주겠다. 학교도 못 다니게 하겠다” “가족과 학교, 직장에 알리겠다”

그렇게 협박이 시작됐다.

김녹완과 그 일당들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서울경찰청 제공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신상정보가 퍼지는 것을 감수하거나, 자신을 ‘목사’라고 부르는 사람의 지시에 복종하는 것. 상대는 반성문을 쓰고 읽게 했다. 기상 시간과 일상을 보고하게 했고, 한 시간마다 연락을 남기거나 일기를 쓰도록 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박제’하겠다고 했다. 이름과 사진, SNS 계정, 성착취물이나 허위영상물을 텔레그램 채널에 올리겠다는 협박이었다. 한 번 신상정보와 사진을 넘긴 이상, 방을 마음대로 나가기도 어려웠다.

“10명만 데려오면 졸업시켜 줄게.”

텔레그램 성착취방 ‘자경단’, 이른바 목사방에서 빠져나가는 조건이었다. 자신이 당한 협박을 다른 사람에게 되풀이해야 ‘졸업’이 가능했다. 피해자는 다음 피해자를 데려왔고, 그 피해자가 다시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피라미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성폭력 조직 자경단의 조직도. 서울중앙지검 제공

‘목사’ 아래 선임전도사… 포섭하고 가르치고 지시했다

김녹완과 그 일당들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서울경찰청 제공

자경단은 그냥 그런 익명 대화방이 아니었다. 김녹완이 정점에 있었고, 그 아래에 선임전도사와 후임전도사, 예비전도사가 층층이 쌓여있었다. 전도사들은 새 피해자를 포섭해 김녹완에게 연결했다. 성착취물을 제작해 배포했고, 피해자를 협박했다. 선임전도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새 조직원을 끌어들인 뒤 범행 방법을 가르치고, 하위 조직원에게 지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예비전도사는 아직 하위 조직원을 포섭하지 못한 전도사였다. 피해자를 데려오고 역할을 수행할수록 조직 안에서 지위가 높아지는 구조였다. 김녹완은 ‘목사’ ‘전도사’ 같은 직책을 붙여 조직을 교묘하게 키우고 통제했다.

계급은 그러나 족쇄에 가까웠다. 피해자들은 신상 유포와 성착취물 공개 협박을 받으며 조직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일부는 지시에 따라 다른 피해자를 포섭했고, 그렇게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반복됐다.

검거된 자경단 조직원은 14명이었다. 이 가운데 11명이 10대였고, 가장 어린 가담자는 15세였다. 이들 상당수는 처음부터 김녹완과 함께 범행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협박당한 뒤 조직원으로 포섭된 경우였다.

김녹완과 조직원들은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허위영상물 등을 만들고 배포하며 피해자들을 협박·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녹완이 조직원들과 함께 제작한 성착취물 등은 1,381개, 배포한 자료는 425개로 파악됐다.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년간 234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성폭행한 김녹완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졸업하려면 오프남을 만나야 한다”

김녹완과 그 일당들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서울경찰청 제공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녹완은 여성 피해자 10명을 강간했고, 이 가운데 3명에게는 상해를 입혔다. 범행 과정을 수백 차례 촬영했고, 촬영 영상 등을 소지하기도 했다.

김녹완은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만든 지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오프남’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밖에서 남성을 만나 관계를 맺어야만 자경단에서 ‘졸업’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녹완은 그 ‘오프남’ 역할까지 직접 맡았다. 온라인에서는 피해자를 통제하는 ‘목사’로, 현실에서는 피해자를 만나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로 행세했다. 1인 2역이었다. 피해자들은 이미 사진과 영상, 신상정보를 쥔 그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된 상태였다. 피해자 중엔 14, 15살 학생도 있었다.

재판부는 김녹완이 피해자들을 모텔로 불러 강간한 뒤 이를 촬영해 성착취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히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는 점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짓밟은 반인권적 범행”이라고 질타했다. 수사기관이 일부 가담자를 적발한 뒤에도 김녹완은 새 피해자를 협박해 범행을 이어갔다.

김녹완과 그 일당들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서울경찰청 제공

피해자 261명… 점점 커진 목사방의 규모

김녹완과 자경단 일당들은 수사기관을 따돌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수사를 할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직은 피해자의 신상과 성착취물을 쥔 채 이탈을 막았고, 일부 피해자를 다시 가담자로 끌어들여 다음 피해자를 찾게 했다 처음 파악된 피해자는 234명이었지만, 관련 사건 기록과 압수물, 추가 진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감춰왔던 범행이 연이어 드러났다.

과거 사건에서 성명불상자로 남아 있던 공범이 김녹완이었다는 점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 17명에 대한 범행이 드러났고, 새롭게 확인된 피해자까지 더해 자경단 피해자는 261명으로 집계됐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 수(73명)를 3배 훌쩍 넘는 규모다.

수사가 끝난 뒤에도 피해자들은 계속 공포에 떨어야 했다. 텔레그램에는 피해자 실명과 신상정보가 올라간 ‘박제 채널’이 남아 있었다. 관계기관은 피해자 진정을 받아 해당 채널의 접속 차단과 불법영상물 삭제, 심리치료 지원 등을 진행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무기징역…김녹완, 대법원에 상고

김녹완이 사용하던 휴대폰들. 서울경찰청 제공

김녹완은 1심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김성수)는 지난 4월 29일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김녹완은 이에 불복, 상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4년 5개월여에 걸쳐 지속해서 범행을 저질렀고 유죄로 인정된 죄명만 25개”라며 “피해자들의 성 착취물을 소지한 점을 이용해 협박하고 심리적으로 지배했고, 피고인의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행태는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가져다줬을 것이 분명하다”고 질타했다.

김녹완의 1, 2심 판결문에는 범죄단체조직부터 성착취물 제작·유포, 강간·강간치상까지 모두 28개 죄명이 적혔다. 죄명 목록만 A4 용지 한 쪽이 넘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고 가족과 생활하는 일상을 이어가면서도, 정반대의 모습으로 수년간 범행을 지속해 왔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가학적이고 잔혹한 범행 방식과 긴 범행 기간, 회복되지 못한 피해 등을 고려하면 진정한 반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선고 당일 김녹완은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장이 “오래 서 있기 어렵느냐”고 묻자 그는 짧게 “그렇다”고 답했다. 약 30분간 이어진 선고 내내 김녹완은 앉은 채 자신에 대한 판결을 들었다. 주문이 낭독될 때만 잠시 일어섰을 뿐,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채 방청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년간 234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성폭행한 김녹완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