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닉스’ 찍자마자 ‘255만닉스’… 코스피 9.99% 폭락, 시총 700조 증발

전유진 기자

코스피 910.71p 하락한 8,203.84
코스닥 891.52… 900선마저 내줘
반도체 차익 실현·연금 리밸런싱 영향
외국인 4.1조 매도에 환율 1539.1원

2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단숨에 8,200선으로 추락했다. 하루 새 코스피 시가총액은 700조 원 넘게 증발했고, 환율은 1,54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포인트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낙폭이다. 코스피 시총은 약 743조 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코스닥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에 마감하며 900선을 내줬다. 시장 안정화 장치도 잇따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양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고 공시했다. 이어 오후 들어선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매매중단조치)가 가동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1,320억 원, 4조5,5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이끌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은 8조5,9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역대 최대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거래 물량까지 합하면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규모는 11조5,890억 원, 개인 순매수 규모는 11조4,190억 원에 달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일제히 고꾸라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12.31% 하락한 31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프리마켓에서 사상 처음으로 ‘300만닉스’를 찍었지만 개장 직후 급락하며 12.47% 내린 255만5,000원에 마감했다. 두 종목에서 하루 새 빠져나간 시총만 514조 원에 달한다. 이외 삼성전기(-10.68%), 현대차(-12.05%), 삼성물산(-12.50%), HD현대중공업(-7.55%) 등도 모두 낙폭을 키웠다.

“9000포인트 통과 의례”

최근 반도체주 급등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누적된 가운데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리밸런싱(비중 조정)에 나서며 낙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자산배분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 목표 비중(20.8%)을 맞추기 위해 최대 60조 원 규모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실제 연기금은 16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1조6,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결국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9,000포인트 돌파 이후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진단했다. 일본 닛케이225(-3.55%), 대만 가권(-1.3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37%) 하락률이 한 자릿수로 제한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글로벌, 거시경제 여건이 급격히 악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가 앞자리를 바꿀 때마다 평균 6.25거래일 안에 5% 이상의 일일 낙폭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환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1원 오른 1,539.1원에 마감하며 1,540원에 바짝 다가섰다. 5일(1,539.1원)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9일(1,54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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