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 역사학회 “이재명 정부, 사이비 역사에 단호해야” 환빠 발언 비판
대통령실에 “李 표현에 명확한 입장 밝혀라” 공동성명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한국 상고사(上古史)를 다룬 책 ‘환단고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국내 역사·고고학회 48곳은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학계에서 위서(僞書)로 규정한 ‘환단고기’를 공개 언급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 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17일 발표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빠(환단고기의 내용을 사실로 믿거나 그 사관을 지지하는 사람)’와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사이비 역사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며 “명백한 위서인 환단고기를 바탕으로 한 사이비 역사는 부정선거론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뉴라이트 역사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학계의 정설은 (환단고기가) 1979년에 이유립이 간행한 위서라는 것”이라며 “위서는 말 그대로 가짜 역사서일 뿐 어떤 사료적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학계와 사이비 역사 사이에는 어떠한 학문적 논쟁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역사학계를 향한 사이비 역사의 일방적 비난과 터무니없는 주장이 존재할 뿐인데 이를 학문적 논쟁이나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환빠나 환단고기와 관련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에서 “역사 교육과 관련해 무슨 환빠 논쟁이 있지 않냐”고 말한 것을 겨냥, 시비가 분명해 논쟁이 성립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못 박은 걸로 해석된다.
단체들은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 역사의 위험성을 직시하라 △이재명 정부는 사이비 역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말라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이비 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역사 정책 수립·추진에서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라는 요구 사항을 성명에 담았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