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마다 5분간 산책’으로 ‘의자병’ 탈출
앉은 지 30분마다 5분만 걸어도 건강에 해로운 요소 상쇄 가능
(The Science Times= 김현정 리포터) 자리에 앉은 후 30분마다 5분씩만 걸어도 혈압과 혈당 수치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의사들은 건강을 위해 자주,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움직임을 ‘몰아서’ 운동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런데 규칙적일지라도 몰아서 하는 운동보다 조금씩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미국스포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에 소개돼 관심을 끈다.
‘의자병’, 현대인의 고질병?
현대인들은 장시간 과도하게 앉아 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최소 8시간 이상은 책상 앞에 앉아 학업과 업무를 보며, 귀가 후 집에서 보내는 여가시간에도 대부분 앉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을까.
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8.2시간을 앉아서 지낸다. 특히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22.8%를 차지하고, 13~19세 청소년은 49.8%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앉아 있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인에게 이처럼 장시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비만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한다. 미국 암학회에서는 하루 6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19%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장시간의 좌식생활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질병 발병률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오래 앉아서 일하는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의자병(Sitting Disease)’으로 명명했다. ‘의자병’은 광범위하게 말하면 건강에 해로운 영향과 관련된 앉아 있는 행동이 증가한 상태로 정의된다.
한편 누군가는 “나는 오래 앉아 일하지만,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데 ‘의자병’에 해당이 되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애석하게도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스포츠와 운동 의·과학 저널(The Journal of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에 따르면 일주일에 5번 운동하는 ‘활동적인 카우치 포테이토(Active Couch Potato)’는 ‘의자병’과 관련된 위험에 직면한다고 말한다. 체육관·짐 밖에서 앉아 있는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론은 생활 속에서 ‘앉기-서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짧은 산책으로 신체 건강 증진
이달 초 미국 콜롬비아 대학 메디컬 센터는 신체적 활동성을 늘리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이 결과에 따르면 의자에 앉은 후 30분마다 5분씩 걷는 행동이 혈압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8시간 동안 앉아서 일하거나 독서, 휴대폰 사용 등의 환경을 조성한 후, 5가지 조건의 행동 수행을 요청했다. 참가자들의 선택지는 ① 30분이 지날 때마다 1분간 걷기, ② 60분이 지날 때마다 1분간 걷기, ③ 30분이 지날 때마다 5분간 걷기, ④ 60분이 지날 때마다 5분간 걷기, ⑤ 걷지 않고 계속 앉아 있기 등이다.
그리고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식후 혈압과 혈당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30분이 지날 때마다 5분간 걸은 참여자들의 혈당·혈압 수치가 감소했으며, 식후 혈당 스파이크는 무려 58%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30분마다 1분간 걷는 것도 같은 효과를 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고, 60분마다 1분 또는 5분간 걷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걷기는 근육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근육의 움직임을 돕는다. 하지만 장시간 앉아만 있으면 근육도 역시 움직이지 않아 수치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짧은 시간이라도 걷거나 움직이면 다리로 향하는 혈류를 정기적으로 보충해줘서 혈압의 부정적인 변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 책임자인 디아즈(Keith Diaz) 박사는 “우리의 실험에서 수행한 걷기는 하루종일 앉아 있는 것에 비해 혈압을 4~5mmHg 감소시켰으며, 이것은 6개월 동안 매일 운동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치.”라고 말했다.
한편, 걷기는 기분과 피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조건 중 60분마다 1분간 걷는 것을 제외한 모든 걷기는 참가자의 피로를 감소시키고 기분 및 인지성능 수준은 크게 개선되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다른 25가지 유형의 걷기 효과를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적의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더불어 직장·학교에서 소량의 걷기라도 해야 심장 질환, 기타 만성 질환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