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뺌하는 尹 vs ‘부끄럽다’는 부하들… 계엄 1년의 그림자

윤석열 “못 들어간 사람 없다” 시종 떳떳
김봉식 “의원 출입 막은 것 후회”
여인형 “당시로 돌아가면 옷 벗을 것”
곽종근 “명령대로 임무 수행, 뼈아픈 부분”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1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우두머리 재판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거나 윤 전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이들 상당수가, 그날의 명령을 일부라도 따랐던 것을 후회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질서유지를 위해 군과 경찰을 국회에 보냈을 뿐이지 봉쇄하거나 무력화할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4월 14일 첫 공판에서 “(국회에) 들어가려 했는데 못 들어간 사람은 전혀 없다“며 국헌문란 목적을 부정했다. 무력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저지하려 했다는 내란 혐의를 피하려는 방어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증언이 계속 쌓이고 있다. 계엄 당일 국회 출동 인원을 지휘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7일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회의원들까지 막은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엄 해제 결의안 처리를 저지할 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포고령에 근거했다”고 답했다. ‘국회·정당활동 금지’ 포고령의 적용을 인정하며 사실상 국회 의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이어 “굉장히 후회되고 전적으로 제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7월 8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당시로 돌아간다면 단호하게 군복을 벗겠다는 결단을 했어야 한다고 지금 와서야 깊이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라 체포조를 운용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첩사 인원을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 당일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의 관용차를 운전한 부사관 이모 중사는 법정에서 “수사기관 조사 때는 피해가 올까 봐 말을 못 했는데 알면서 침묵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증언했다. 그는 8월 18일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14차 공판기일에 나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다더라도)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계엄 해제 직후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도 법정에서 재차 “출동할 당시 정확히 판단하고 출동을 거부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일 증언 과정에서 “평상시 계엄은 안 된다고 김 전 장관에게 말해왔는데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한 점이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진술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눈물로 후회를 전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직전 호출을 받고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간 송 장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우두머리 방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상황인 줄 알았으면 당연히 안 갔을 것”이라며 “국민들께도 송구하고 저 상황인 줄 알았으면 당연히 안 갔어야 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를 거친 것처럼 외관을 꾸미기 위해 국무위원을 소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선고 기일은 내년 1월 21일이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