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대화에 李 정부 장관급까지 거론…특검, 통일교와 여권 유착 들여다볼까

윤영호 본부장 등 통일교 간부 대화에
대선 전까지 尹·李 양측과 소통 언급돼
‘與 2명에 금품’ ’10여 명 지원’ 주장에
과거 여권과 부당거래까지 번질 여지도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종류 후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종류 후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측에서 2022년 대선 이전까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측에도 접근했다는 복수의 내부 대화 내역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으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인사와 현 정부 장관급 인사 등이 대거 언급됐다. 특검팀은 그러나 통일교 측이 접근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을 선택, 대선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교단 관련 청탁을 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 통일교 간부들의 통신 내역을 분석하면서 2022년 2월 열린 ‘한반도 평화서밋’ 직전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한반도 평화서밋은 통일교가 주최한 행사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등이 참석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펜스 전 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대선에 도움을 주고 윤 전 대통령 측에 통일교 관련 청탁을 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대화 녹취록에는 윤 전 본부장 등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측과도 관계를 쌓아뒀다고 볼만한 대목이 여럿 포함됐다. 윤 전 본부장은 그해 1월 통일교 간부였던 이모씨와 통화에서 평화서밋 행사 준비를 위해 “여권 몇 군데에 (이재명 당시 후보 측의 행사 참여 관련) 어프로치(접근)를 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인사들 중에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급 인사,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씨 역시 이 대통령 최측근, 지금도 현역인 민주당 의원 등을 언급하며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제안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포착했다. 당시는 막 통일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시점이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는 메시지에서 “사실 윤 본부장은 진보와 보수 모두 기반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 2명, 장관급 인사 2명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다만 이를 범죄 정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이들의 대화를 토대로 통일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안에 응했던 윤석열 후보 측과 유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2월 통화에서 “이재명 쪽에서도 다이렉트(로) 어머님(한 총재) 뵈려고 전화가 왔다”면서도 “어머님 의도야 클리어한데 그걸 다시 우리가 브릿지하고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그 근거 중 하나다. 윤 전 본부장은 이씨와 바로 직전(1월) 통화에서 “(민주당의 반응은) 통일교가 한국 종교 지형에서 마이너라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일교 관계자들 역시 특검 조사에서 한 총재가 1월부터 윤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정도면 통일교와 여권의 유착 의혹을 살필 단서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측과 면담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의원 두 명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증언한 데 이어 5일 공판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는 증언도 내놓았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측에 ‘통일교 지원을 받은 민주당 정치인 10여 명을 안다’고도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특검법상 수사 가능한 ‘관련 범죄’가 폭넓게 해석되는데, 특검에선 ‘우리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뭉갠 것 아니냐”면서 “검찰이 과거 해 온 ‘선택적 수사’를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여전히 통일교와 민주당 간 부당거래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사 기간이 약 20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의혹을 다시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현실적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2차 종합특검’ 논의 과정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으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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