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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형산불 ‘연기의 습격’… 잿빛이 된 뉴욕

캐나다 수백곳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 동부 지역에까지 퍼지면서 미국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1억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연방 환경보호청(EPA)은 7일 홈페이지에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대서양 연안 중부부터 북동부, 오대호 상류 일부 등에 이르는 지역의 대기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1억명 이상의 주민에게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EPA는 대기질 지수(AQI)가 151 이상일 때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안 좋은 수준으로 보고 경보를 발령한다. 현재 이 수준 이상으로 공기 질이 나쁜 지역의 인구가 1억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날 EPA의 대기질 정보 사이트 에어나우에 따르면 AQI 지수에 따라 6단계로 분류하는 공기 질 등급에서 최악인 ‘위험’(Hazardous) 단계에 해당하는 지역에 뉴욕시와 펜실베니아주, 코네티컷주, 뉴저지주 상당 지역이 포함됐다.

실제로 지난 6일과 7일 뉴욕시의 하늘은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와 재가 날아와 뿌연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낮 시간대 뉴욕의 고층 스카이라인에 내려앉은 어둡고 뿌연 연기로 고층빌딩들은 물론 자유의 여신상 등 주요 시설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 재난영화와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또 실외에 5분만 있어도 금세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자 팬데믹 이후 자취를 감췄던 마스크를 꺼내 쓰는 행인들도 늘어났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가시거리가 짧아진 탓에 라과디아 공항 등 뉴욕시 주변 공항들에서는 일부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대거 지연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국립기상청(NWS)의 기상학자 마이크 하디먼은 뉴욕타임스에 “화성을 보는 것 같다”며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오늘 방과후 활동을 포함해 모든 야외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공지문을 각 가정에 배포했다.

이밖에도 버몬트·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캔자스 등 15개 주에서 미세먼지가 위험 수위로 올라간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현재 퀘벡주에서부터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414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중 239개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380만 에이커가 불탔고, 2만 명 이상이 대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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