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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녹고, 죽고 ‘불덩이 지구’

역대급 이상 고온, 산불 등 참사로 해수면 평균 온도 2 1도 사상 최고

기후변화를 방관한 ‘너무 뜨거운’ 대가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역대급 고온에 지구 전체가 신음하고 있다. 펄펄 끓는 6월 기온,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는 빙하,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해진 바다까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지구 온도는 매일 기록을 경신하며 인간을 비롯한 생명 전체에 실체적 위협이 되고 있다.

‘극한 폭염’은 지구 곳곳을 달구고 있다. 선선한 여름은 사라졌다.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는 이달 초 체감온도가 섭씨 50도를 웃돌았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살인 더위’다. 동남아시아엔 6월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도는 등 200년 만의 폭염이 덮쳤다.

유럽도 펄펄 끓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40년간 유럽 평균 기온 상승폭은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며 유럽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이라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혹한의 상징’ 시베리아마저 이달 초 지역별 기온이 섭씨 37~40도를 찍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고온은 참사로 번졌다. 캐나다의 초대형 산불은 30도 중반을 오가는 때 이른 고온과 건조한 날씨 등 이상기후로 피해가 커졌다.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지난달 역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해수면 온도도 사상 최고다. 미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올 3월 이후 21도 내외를 유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례 없이 따뜻한 바다와 맞물려 빙하 역시 빠른 속도로 녹아 없어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지난 2월 21일 남극의 해빙(바닷물이 얼어 생긴 얼음) 범위가 179만㎢로,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25일 기록한 최저치보다 13만㎢나 줄어든 것인데, 이는 미 뉴욕주 면적(약 14만㎢)과 맞먹는 규모다.

빙하가 녹는 속도까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일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연구진에 따르면 2011~2020년 사이 힌두쿠시·히말라야 산맥 일대 빙하는 이전 10년보다 소실 속도가 65%나 빨랐다. 연구진은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3, 4도가량 높아질 경우 2100년 동부 히말라야 빙하의 최대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생태계 전반을 위협한다. 녹아내린 빙하는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해를 일으킨다. 너무 많은 빙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물 부족 사태로 이어진다. 이사벨라 코지엘 ICIMOD 부국장은 “빙하는 약간의 온도 상승에도 매우 취약하다”며 “잦은 재해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가 녹은 결과 사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고갈되는 시점인 이른바 ‘피크 워터(Peak Water)’가 2050년에 도래할 거란 경고까지 나온다. 이 지역 일대에서 용수를 공급받는 등 영향을 받는 인구는 12개 이상 국가에서 20억 명,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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